탈레반 감시뚫고 이슬람여성체전 참석 아프간여성 48명

  • 입력 2001년 10월 30일 18시 53분


“우리는 지금 탈레반과 미국의 공습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어요.”

24일부터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열리고 있는 ‘이슬람 여성 체육대회’에 출전한 아프가니스탄 출신 나지 아프잘리라(27)는 29일 AFP 통신과의 기자회견에서 “탈레반과 미국 모두 여성과 어린이 등 무고한 시민을 살해하고 있다”면서 울먹였다.

이슬람 여성 체육대회는 이슬람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올해가 3번째. 이슬람권은 물론 인도 영국 등 전 세계의 이슬람 여성이 출전하며 올해는 27개국이 참가했다.

태권도 육상 배구 배드민턴 사격 체스 등 종목에 48명이 출전한 아프간 대표팀은 반군인 북부동맹의 지원을 받아 집권 탈레반의 감시망을 뚫고 천신만고 끝에 참가했다. 탈레반은 여성의 운동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프간 대표팀의 나스린 아르바브자테 단장은 “탈레반이 통치하고 있는 아프간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리고 아프간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이 대회에출전했다”며 “부르카를 입고 수개월간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선수를 뽑았다”고 말했다. 24일 개막식에서 주최측은 아프간 주민들을 애도하기 위해 스타디움의 불을 잠시 끄기도 했다. 다른 나라의 일부 선수들도 검은색 옷을 입고 촛불을 손에 들고 입장해 아프간 선수들을 감동시켰다.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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