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상전 돌입 정황포착…라마단 시작前 공습 마무리

  • 입력 2001년 10월 18일 19시 06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군의 공습이 내달 중순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소말리아의 테러 훈련기지를 공격 대상으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이 공습에 이어 2단계 작전인 특수부대를 동원한 지상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이는 갖가지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미 인터넷 뉴스매체인 MSNBC는 17일 국방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아랍과 아시아의 이슬람 국가에서 공습중지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으나 공습은 한달간 더 계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라마단(이슬람 금식월)이 시작되는 11월17일 이전에 공습을 끝낸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공습 작전 완료 시한이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이 같은 계획은 아프가니스탄에 겨울이 닥치기 전에 오사마 빈 라덴 체포 작전을 끝내려는 구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밥 그래엄 미 상원 정보위원장이 16일 “라마단과 겨울이 오기 전까지 앞으로 30일간이 빈 라덴의 행방을 찾는 데 의미 있는 기간이 될 것”이라며 “한 달 내에 빈 라덴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MSNBC는 또 국방부 수뇌부가 아프가니스탄 외 다른 국가에 있는 알 카에다 조직 훈련기지에 대한 공격 계획을 세우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중에서 특히 아프리카 소말리아의 알 카에다 훈련기지는 이미 추가 공습 대상으로 확정됐다는 것.

빈 라덴은 1993년 10월 소말리아의 모가디슈에서 발생했던 미 주둔군 테러 사건을 자신과 알 카에다가 주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공습과 병행해 지상군 작전을 개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7일 캘리포니아주 트래비스 공군기지에서 “적의 공군과 방공 능력은 분쇄되고 있다”며 “우리는 지상군 병력이 그들을 심판하기 위한 그물망을 천천히, 확실하게 조일 수 있도록 길을 열고 있다”고 말해 특수부대의 작전 개시를 시사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이날 의회에서 “우리는 탈레반과 알 카에다에 대한 추가 군사행동을 하기 위한 여건을 조성중이다”라고 언급했는데 언론매체들은 이를 ‘지상전 신호탄’ 혹은 ‘지상군 투입’과 관련해 해석하고 있다.

이란 관영 라디오방송은 17일 “미군 보병들이 아프가니스탄 국경 부근에서 헬리콥터를 이용해 탈레반의 거점도시인 칸다하르 인근에 투입됐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이 보도에 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특수부대원의 안전과 작전 보안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지상 작전은 공습 시작 때처럼 대규모로 공개리에 이뤄지기보다는 비공개리에 특정지역별로 소규모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지는 미군이 15일 밤 이후 특수부대 소속 AC130기가 공습에 동원되고 있는 것은 아프가니스탄에 진입한 특수부대 병력의 지상 활동이 강화되고 있음을 뜻한다고 풀이했다. 이 비행기가 주로 지상군 보호나 지원에 이용되기 때문.

전문가들은 특수부대 투입은 탈레반 정권을 전복하고 빈 라덴을 체포 내지 사살하기 위한 구체적인 작전이 시작됐음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공습에도 불구하고 탈레반의 저항의지가 꺾이지 않자 미국이 인명 희생이 불가피한 지상작전을 선택한 것이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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