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저병 수사상황]“美상원-NBC 탄저편지 동일인 소행”

  • 입력 2001년 10월 17일 18시 49분


문제의 편지
문제의 편지
최근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탄저균 우편물 살포 사건은 뉴욕 워싱턴 플로리다 등에서 발견된 사례들 간에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고의적인 생물테러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16일 톰 대슐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에게 배달된 우편물과 톰 브로코 NBC 방송 앵커에게 배달된 우편물의 사본을 공개하면서 두 우편물 간에 상당한 유사성이 있다고 밝혔다.

두 우편물은 뉴저지주 트렌턴의 우편소인이 찍혀있는 데다 봉투의 필체와 편지 내용도 유사해 동일인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편지엔 ‘미국에 죽음을’ ‘알라는 위대하다’는 표현이 공통적으로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 탄저환자 2명 선紙 “건물폐쇄 매각”
- 美 ‘백색가루’ 장난 편지-신고 엄벌

또 대슐 총무에게 배달된 탄저균과 플로리다주의 타블로이드 주간지 ‘더 선’의 사진부장 로버트 스티븐스를 숨지게 한 탄저균 사이에도 유사성이 발견됐다고 뉴욕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대슐 총무에게 배달된 탄저균은 생물무기로 사용될 수 있을 만큼 순도가 높고 고농축 상태로 있어서 아마추어가 아니라 생물무기 생산능력을 갖춘 국가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플로리다주에서 발견된 탄저균은 백신에 대한 내성(耐性)이 있는 등 역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균의 특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의 이라크무기사찰단을 지휘했던 리처드 스퍼첼은 “플로리다에서 발견된 탄저균을 보면 이번 사건이 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구심이 더욱 깊어진다”면서 그 단서로 탄저균 포자의 크기를 들었다.

호흡을 통해 폐 탄저병에 걸리려면 지름이 1∼5㎛ 크기의 탄저균 포자 8000∼1만개를 들이마셔야 하는데 탄저균 포자를 이런 크기로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

탄저균 포자가 1㎛보다 작으면 다시 배출되고 5㎛보다 크면 콧속이나 기관지 내의 섬모 등에 달라붙어 탄저병을 일으키기 어렵다는 게 스퍼첼씨의 설명이다.

FBI는 이들 탄저균의 살포가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지만 누가 이를 생산해 확산시켰는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수사에 별다른 진전이 없다고 밝혔다.이와 관련해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은 16일 기자회견에서 “탄저균 확산과 지난달 11일 테러사건과의 연관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나 구체적인 증거는 아직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테러대책 총괄업무를 맡고 있는 조국안보국의 톰 리지 국장은 “구체적 증거는 없지만 이번 사태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며 탄저균 확산이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조직과 연관돼 있음을 의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