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곳곳 생화학 테러 대비 초비상

  • 입력 2001년 10월 16일 19시 07분


미국에서 시작된 탄저균 테러 공포가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각국의 관공서와 언론사 등에 배달된 ‘흰색 가루’ 봉투 때문에 지구촌에 초비상이 걸린 가운데 각국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생화학무기를 비롯한 추가 테러 방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러 “美에 백신기술 제공”▼

세균테러 방지를 위한 국제공조 움직임도 강화돼 유리 셰브첸코 러시아 보건장관은 15일 과거 냉전시대에 미국의 생화학 무기 공격에 대비해 개발해 놓은 탄저병 백신 관련 기술을 미국에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세계로 퍼지는 ‘백색공포’=15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앞으로 흰색 분말이 든 우편물이 보내진 데 이어 프랑스에서도 우주항공청 사무실과 금융기관, 학교, 세무서 등에 흰색 가루가 든 우편물이 배달돼 긴급 대피소동이 벌어졌다.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중앙우체국에서도 14일 백색 가루가 든 우편물이 발견됐지만 테러와는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캐나다에서도 이날 하원에 근무하는 한 여직원이 흰색 가루가 든 우편물을 개봉한 후 의사당 건물 일부가 봉쇄되고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벤구리온 공항에서도 15일 유럽에서 도착한 화물기에서 탄저균 포자로 의심되는 분말이 발견돼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나에서는 주요 일간지인 레스푸블리카에 배달된 소포에서 ‘지하드(성전)’라는 글귀와 함께 흰색 가루가 발견돼 직원 50명이 대피하고 일부가 병원에 입원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이 밖에 폴란드 에스토니아 체코 벨기에 등지에서도 관공서나 언론사 등에 정체 불명의 흰색 가루가 든 우편물이 배달됐다.

흰색 가루 소동은 세계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 탄저병에 감염된 환자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례는 없어 모방범죄가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호주 프랑스 독일 등에는 최근 탄저균 오인 또는 장난 신고가 잇따라 당국이 골탕을 먹기도 했다.

▼EU-민간인 보호대책 수립▼

◇추가테러 대책 마련=생화학 테러 위협이 증가함에 따라 유럽연합(EU)은 15일 ‘핵 세균 화학(NBC) 공격대책그룹’을 구성하기로 했다.

EU집행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회원국들이 대테러 민간인 보호대책 실시를 앞당기기로 했으며 그 대책의 하나인 NBC 대책그룹 결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NBC 그룹은 핵 세균 화학공격 관련 전문가로 구성돼 24시간 가동되며 회원국은 물론 어느 나라라도 도움을 요청하면 지원할 예정.

영국 정부는 15일 경찰과 세관의 권한을 확대하고 출입국 규정 강화 및 테러자금 흐름을 막기 위한 긴급 대테러 입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데이비드 블렁킷 내무장관은 이날 하원 연설을 통해 “인종적 증오뿐만 아니라 종교적 증오를 교사하는 것도 범죄행위가 될 것이며 영국 내 단체가 해외에서 증오를 교사하는 것도 기소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항공기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약 2000명 규모의 특별 경찰대를 창설할 계획이라고 홍콩 일간지 문회보(文匯報)가 15일 보도했다. 중국 내에 취항 중인 여객기에 배치될 특별 경찰대에는 전역 군인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한편 상하이(上海)시 정부는 20일부터 이 곳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참석자의 안전을 위해 최소 1만명의 경찰과 보안요원을 시내 전역에 배치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