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對中 관계개선이 우선”

  • 입력 2001년 10월 5일 18시 46분


중국과 한국을 일주일 간격으로 방문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두 나라에 똑같은 배려를 할까. 유감스럽게도 일본 정부는 먼저 방문하는 중국측과의 현안 풀기에 주력하고 한국과의 회담 수위는 중국과의 회담 결과를 봐가면서 조절하겠다는 눈치다.

일본 외교소식통 등에 따르면 중국측은 고이즈미 총리에게 방중에 앞서 △역사인식의 표명 △중일전쟁의 도화선이 됐던 베이징(北京) 교외의 루거우차오(盧溝橋) 방문 △내년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한 명확한 의사표시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8일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중일전쟁에 대한 ‘반성과 사죄’의 뜻을 표명하기로 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5일 전했다.

이는 식민지 지배 등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95년 ‘무라야마 담화’를 토대로 한 것으로 고이즈미 총리가 스스로의 표현으로 전달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또 루거우차오 방문과 함께 인근 ‘인민항일 전쟁기념관’도 둘러볼 계획이다. 최대쟁점인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다시는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맹세였다’는 점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예정이지만 중국측 반발을 우려해 조정중이다.

이처럼 중국과의 사전조율이 상당히 구체화되고 있는 반면 한국과의 협의는 아직 초보 단계. 일본은 중국과의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한국에는 중국 수준만큼 배려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한국도 일본과 중국의 회담 추이를 지켜보면서 조율하겠다는 자세여서 현재로서는 ‘중국 수준+α’를 얻어내리라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별 소득도 없이 일본과 중국의 화해에 들러리를 섰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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