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용의자 1명 빈 라덴 캠프 출신”…美 명단 공개

  • 입력 2001년 9월 28일 19시 12분


테러 용의자
테러 용의자
미국을 상대로 한 테러용의자로 지목된 19명중 한 명이 오사마 빈 라덴의 훈련 캠프 출신이라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미 ABC방송은 28일 “한 훈련 동기생의 증언을 통해 미 정부가 공개한 테러용의자 19명중 한 명이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빈 라덴의 테러훈련 캠프에서 6개월간 교육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빈 라덴이 이번 테러 사건에 직접 관련됐다는 증거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훈련 동기생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빈 라덴 측으로부터 테러훈련을 받은 사실이 확인된 테러 용의자는 마제드 모퀘드. 그는 11일 아메리칸항공 77편을 납치해 워싱턴의 국방부청사(펜타곤)를 폭파한 범인들 가운데 한 명으로 지목됐다.

이름을 ‘맥스’라고만 밝힌 모퀘드의 동기생은 “모퀘드가 나와 같은 조에서 훈련을 받은 18명중 한 명”이라며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으로 나이는 25∼30세 가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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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가린 채 인터뷰를 한 맥스는 “2년동안 훈련을 받으면서 빈 라덴으로부터 이슬람교를 타도하려는 미국을 파괴해야 한다는 연설을 여러 번 들었다”면서 “빈 라덴의 명령이라면 훈련생들은 기꺼이 폭탄을 지고 건물로 뛰어들도록 훈련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 내부에 여러 곳의 은신처를 마련해 놓고 있으며 남의 눈을 피하기 위해 구식 메르세데스 벤츠 버스를 이용해 거처를 옮긴다고 말했다.

맥스는 “빈 라덴은 추적을 피해기 위해 48시간마다 정기적으로 거처를 옮기고 있다”면서 “미국이 그를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빈 라덴의 훈련 캠프에 대해 “3000여명이나 되는 다양한 국적의 훈련생들이 무장 군사훈련은 물론 감시 정보수집 등의 기술을 익히고 있다”면서 “이들은 훈련을 끝내면 유럽 중동 캐나다 등지로 흩어져 빈 라덴의 작전 명령을 기다린다”고 전했다.

맥스는 빈 라덴의 테러조직 알 카이다를 이탈해 현재 미국 정부에 협조하고 있다면서 “빈 라덴의 다음 목표는 93년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테러 주도 혐의로 수감중인 셰이크 오마르 압델 라흐만을 석방시키는 것”이라며 “빈 라덴은 미국 대사를 납치해 라흐만과 교환하려고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미 법무부는 27일 테러용의자 19명의 명단과 사진을 공개하고 미국인들에게 수사협조를 당부했다.

존 애시크로프트 법무장관과 로버트 멀러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인들이 납치범들을 인식할지도 모른다는 희망 아래 펼치는 ‘전국적인 주민 감시’의 일환으로 테러용의자들의 명단과 사진을 공개한다”면서 “용의자에 관한 정보를 가진 미국인들은 수사당국에 연락해달라”고 호소했다.

애시크로프트 장관과 멀러 국장은 “이번 명단 발표는 14일 1차 발표때 포함된 이름들 중에서 오류가 있었던 이름의 철자를 바꾸고 동일 인물이 두 개의 이름을 쓰는 경우를 추가한 것”이라며 “용의자들이 언제 미국에 입국했으며 이들이 입국후 이름을 바꿨는지 여부에 수사력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멀러 국장은 용의자 가운데 1명 이상이 알 카이다와 접촉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멀러 국장은 이 용의자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ABC 방송은 “그가 마퀘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애시크로프트 장관은 “테러참사 이후 현재까지 수사당국에 접수된 제보가 10만건이 넘는다”면서 “FBI는 무려 20만개의 단서에 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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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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