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아프간 접경 르포]“금주말 美 공습 소문 파다”

  • 입력 2001년 9월 20일 17시 05분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국민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려는 미국에 자국 내 군 기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

무샤라프 대통령은 19일 미국의 대(對)테러전쟁을 지원하겠다고 공식 선언했지만 구체적인 지원 방안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이슬람 형제국’을 공격하려는 미국을 돕는데 대한 국민의 분노와 저항이 거세기 때문이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파키스탄 내에 군 기지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본격적인 지상군 투입시 지형이 험한 육로로는 대규모 병력 이동이 불가능해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공중 수송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F16 등 전폭기의 발진에도 파키스탄 내 공군 기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현재 미국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파키스탄 내 군 기지는 아프가니스탄과의 접경지역에 있는 페샤와르 공군기지와 퀘타 공군기지.

페샤와르는 국경에서 불과 60여㎞ 거리에 있고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과 주요 거점인 자랄라바드까지 비행기로 1시간 이내면 갈 수 있다. 퀘타에서 탈레반 군 본부가 있는 칸다하르까지는 비행기로 불과 30분 거리다. 민간 비행장으로도 이용되는 이들 공군 기지는 대규모 연료탱크와 의료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파키스탄 언론들은 100대 이상의 미 전투기가 파키스탄을 향해 이미 발진했다는 미 언론 보도에 따라 이들 공군기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19일까지 페샤와르 공군기지 주변에선 공군기의 특별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았다.

이번 주말 경 미국의 공습이 시작될 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면서 퀘타에는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몰려들고 있다. 테러 사건 이후 퀘타로 몰려든 난민은 1만명에 이른다고 파키스탄 정부는 밝혔다.

그러나 야간에 산악지대 등을 통해 몰래 넘어온 난민까지 합하면 4만명은 될 것이라고 정부 소식통은 전했다. 퀘타 주민들은 최근 1주일 동안 30만명이 넘어왔다고까지 말할 정도다. 부녀자들이 몰래 국경을 넘다가 발각돼도 경비병은 이를 묵인하고 있다는 것.

퀘타 시 당국은 미국을 지원하는 파키스탄을 응징하기 위해 탈레반 지지자들이 보복 테러에 나서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안당국은 시내에서 5명 이상 몰려다니는 외지인들을 불심검문을 하고 있다. 또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천명을 이미 체육관에 수용했다.

국경마을 차만에는 6000명의 난민이 파키스탄 입국이 허용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칸다하르에서는 탈레반의 핵심 지도자들까지 피란길에 올랐다거나, 가족을 파키스탄으로 보냈다는 소문이 떠도는 등 미국의 공격을 앞두고 동요가 심한 상황.

칸다하르를 정기적으로 왕래하는 한 트럭 운전사는 차만 국경에서 파키스탄으로 입국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기다리는 유명한 군 지도자를 내 눈으로 봤다 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대한 파키스탄의 지원에 반대하는 파키스탄 내 원리주의자들의 시위도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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