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응징 戰爭]‘스팅어 부메랑’…美 舊소련전때 지원

  • 입력 2001년 9월 16일 18시 56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이 미제 스팅어(Stinger) 미사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이 보유 중인 스팅어 미사일은 미국이 구소련에 맞서 싸우던 아프간 게릴라군에 제공한 대공무기. 스팅어는 길이 1.5m, 무게 15.8㎏의 소형이지만 저고도에서 접근하는 구소련의 항공기를 격추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당시 소련군은 해발 1000m 이상의 산악지대를 옮겨다니는 아프가니스탄 반군을 소탕하기 위해 중대형 무장헬기 MI-24를 아프간 전선에 투입했다. 전쟁 초기 변변한 대공화기를 갖추지 못한 아프간 반군은 AT-2 대전차 미사일과 기관포 등을 갖춘 MI-24 헬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던 미 중앙정보국(CIA)은 아프가니스탄이 구소련의 영향권으로 넘어갈 것을 우려해 아프간 반군에 스팅어 미사일을 지원했다.

스팅어는 곧 구소련군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됐다. MI-24는 물론이고 카불공항 등을 통해 중앙아시아의 군기지 등에서 병력과 장비를 수송하는 대형수송기는 물론 반군기지를 폭격하던 전폭기들마저 속속 스팅어의 제물이 됐다.

10년 동안 계속된 아프간전쟁 과정에서 미국이 아프간 반군측에 제공한 스팅어 미사일의 전체 숫자는 알 수 없지만 95년 당시 탈레반 등 아프가니스탄 내 여러 무장 세력들이 보유하고 있는 스팅어 미사일 수가 700여기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지상군 투입에 앞서 폭격기를 이용한 공습이나 헬기를 이용한 특수부대원 투입을 고려하고 있는 미국이 자신들이 제공한 스팅어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부메랑으로 변한 스팅어 미사일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이번 작전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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