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테러 대참사]긴박한 수도 카불…외국인 출국 러시

  • 입력 2001년 9월 14일 18시 45분


미국의 보복 공격이 임박한 가운데 아프가니스탄은 14일 마치 폭풍 전야를 방불케 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수도 카불에 주재하던 외신 기자들은 전쟁이 가까워지자 이날 모두 인접국인 파키스탄으로 피신했다. 현지에는 미국의 뉴스 전문 채널인 CNN 방송만이 남아 미군의 공격 장면을 생중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로 탈출한 외신기자들은 “현재 카불 시내는 외견상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카불에 주재하던 독일 DPA통신 특파원은 카불 시민들은 1998년 미국이 크루즈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을 때를 떠올리며 ‘금방이라도 미사일이 날아올 것 같다’며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인 탈레반은 테러리즘을 비난하는 등 세계 여론에 동정을 호소하는 한편 병력을 재배치하고 방어체제로 돌입하는 등 전쟁 준비를 시작했다. 탈레반은 그러면서 “아프가니스탄에는 오랜 전쟁으로 미국이 부술 만한 것이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미사일 공격은 미사일 낭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엔과 비정부기구(NGO) 구호 요원 수백명도 이날 대부분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했다. 이 곳에서 기독교 전도 혐의로 잡힌 구호 요원 8명의 재판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머물고 있던 미국 호주 독일의 외교관들도 파키스탄으로 출국했다. 현재 카불에는 국제적십자사(ICRC) 소속 봉사요원 40여명만이 아프가니스탄 주민을 돕기 위해 남아 있다.

유엔은 구호요원들마저 아프가니스탄을 떠날 경우 약 150만여명의 아프가니스탄인들이 먹을 것을 찾아 나라를 떠나 유랑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각국 정부도 아프가니스탄에 사는 자국민에게 긴급 출국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현재 아프가니스탄에는 한국인이 한 명도 없다고 파키스탄 주재 한국대사관이 밝혔다.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하는 모든 국제 항공편의 운항도 14일 중단됐다.

한편 파키스탄은 14일 아프가니스탄 공격과 관련해 미국의 요구 사항을 좀더 검토할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은 전날 파키스탄에 아프가니스탄 국경을 봉쇄하고 미 공군기의 영공 통과 등을 허용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파키스탄은 무제한적인 지원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었다.

내륙국인 아프가니스탄을 미국이 항공기를 동원해 공격하기 위해서는 파키스탄 등 인접국의 영공을 통과해야 한다. 또 공수부대 등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에도 파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등 인접국의 기지를 이용해야만 한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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