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자녀 둔 학부모들 "아들-딸은 무사한지"

  • 입력 2001년 9월 12일 19시 08분


미국 유학생 학부모와 유학 관계자들은 11일 밤 미국의 ‘동시다발’ 테러에 놀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학부모들은 밤새 TV 뉴스에 귀를 기울이며 자녀들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가 불통돼 발만 동동 굴렀다.

뉴저지주 중학교에 유학 중인 자녀를 둔 학부모 박모씨(43)는 “밤을 꼬박 새면서 전화 연락을 시도하다 오전에 겨우 무사하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사태가 더 커지면 조기 귀국도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고교에 유학 중인 자녀를 둔 학부모 곽모씨(45)는 “서부 지역이라 안심은 되지만 미국이 보복하면 테러가 다시 발생할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회사원 최모씨(37·여)는 뉴욕 줄리어드 음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조카와 통화한 뒤 “‘뉴욕은 거리 곳곳에 경찰이 배치되고 사방에 사이렌 소리가 들려 전쟁터와 같다’는 조카의 말에 걱정이 태산같다”고 말했다.

유학원 관계자들은 12일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 현지 어학원과 학부모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등 기민하게 움직였다. 뉴욕 맨해튼 지역에는 한국인 학생이 다니는 7∼8개의 어학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현지에 20여명의 유학생을 보낸 K유학원 관계자는 “현지 어학원에서 현 상황에 대해 e메일을 보내와 이를 학부모들에게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H유학원 관계자는 “현지 사정을 묻는 학부모의 전화와 입학 수속을 연기하거나 포기하려는 학생들의 문의 전화가 12일 오전부터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D어학원 한국사무소측은 “한국인 학생이 10여명이 다니고 있어 현지와 계속 연락을 시도하고 있지만 전화가 두절된 상태”라고 말했다.

유학생 보험 상품을 운영 중인 미국계 보험회사 AIG 관계자는 “유학생 피해가 예상돼 뉴욕 지사 등을 통해 피해 신고를 접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접수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박용기자>parky@donga.com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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