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정상회의 20일 개막]MD-온난화 초점…외교각축 치열

  • 입력 2001년 7월 17일 18시 56분


20일부터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리는 세계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정상들의 모임이란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초강대국으로 일컬어지는 미국, 군사 강대국 러시아,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을 비롯해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정상이 참여한다.

정상들의 정치적 무게 못지않게 미국이 구상 중인 미사일방어(MD) 체제 등 논의될 사안의 비중이 큰 만큼 이번 모임에서는 막전막후의 개별적인 외교 각축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정상 외교전〓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회의 기간인 20∼22일을 포함해 18일부터 24일까지 취임 이후 두 번째 유럽 순방에 나선다.

G8 정상회의 직전 유럽의 전통적인 우방인 영국을 방문해 토니 블레어 총리에게 미국이 추진하는 MD 체제에 대한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G8 정상회의를 앞둔 15일 탄도탄 요격 실험을 실시한 것도 회의에 참석하는 다른 정상들에게 MD에 대한 무언의 압력을 넣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모스크바에서 회동한 것도 다분히 이번 정상회의를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다른 군사 강국인 중국과의 연대를 통해 미국의 MD 추진을 저지하려는 의도가 짙고, 회담에 참여하지 않는 중국은 회담 참여 국가들에게 중국의 존재를 재확인시키려 한다는 분석이다.

개별 정상회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G8 정상회의 도중에 열리는 미-러 정상회담. 양국 정상은 MD를 둘러싸고 격론을 벌일 것으로 예상돼 벌써부터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또한 양측이 이견을 보여온 발칸과 체첸 문제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회의 중 예정된 러-일 정상회담도 최근 쿠릴열도 인근에서의 한국어선 조업 문제와 관련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유럽 정상들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공동전선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미국과 러시아가 극명하게 대치하는 MD를 지렛대로 삼아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의정서의 정신을 살리는 권고안 채택을 밀어붙일 것으로 알려졌다.

▽의제와 전망〓MD가 주로 개별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물밑 의제라면 공식 회의의 최대 의제는 지구온난화 방지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블레어 총리 등은 이번 회의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교토의정서에 대한 미국의 반대를 완화하도록 설득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환경 문제에 관한 G8의 권고안에 반대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져 난항이 예상된다. 여기에 지구온난화 방지와 관련해 미국과 유럽의 중간 위치에 서 있는 일본의 행보가 변수다.

‘디지털 빈부 격차’ 해소를 위한 개도국의 정보기술(IT) 발전 문제도 다뤄진다. 개도국의 IT 발전을 위한 국제기구 창설과 세계 경제의 침체 국면을 극복하기 위한 다각적인 협력 방안 등을 담은 ‘제노바 행동계획’이 22일 채택될 것이란 게 현지 소식통들의 전망이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한국 정부의 대북(對北) 화해 협력정책을 지지하고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를 촉구하는 성명도 채택될 것으로 예상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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