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rd” 외침뒤 ‘퍼벅’…“치명적 손상” 선포후 블랙박스 꺼져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9일 21시 43분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직전 조종실 긴박한 대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엿새째인 3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로컬라이저(방위각시설) 둔덕에 파묻힌 제주항공 7C2216편의 엔진이 크레인으로 옮겨지고 있다. 2025.1.3/뉴스1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엿새째인 3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로컬라이저(방위각시설) 둔덕에 파묻힌 제주항공 7C2216편의 엔진이 크레인으로 옮겨지고 있다. 2025.1.3/뉴스1
2024년 179명이 숨진 12·29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대한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중간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9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사조위의 공청회 자료집에는 조류 충돌부터 방위각 시설, 기체 및 엔진 결함 여부, 운항 과정 및 조종사들의 대응 등에 관한 내용이 항목별로 담겼다. 사조위는 당초 지난해 12월 4, 5일 공청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유족들의 반대 등으로 일정이 취소된 바 있다.

해당 자료집에는 그 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블랙박스 등을 바탕으로 사고 비행기가 조류 충돌부터 사고 직전까지 어떻게 비행했는지 분석한 내용이 담겨 있다. 사고 당일 오전 8시 58분 11초에서 13초 사이 부기장이 “Bird(새)”라고 외치고 “밑에 많습니다”라고 말하며 조류를 발견했다고 보고한다. 이후 20초에 조종사들은 착륙을 포기하고 다시 비행하겠다고 복행을 선언했는데, 26초에 조류와 충돌하는 ‘퍼벅’ 소리가 블랙박스에 담겼다. 35초에는 “Severe damage(치명적 손상)”를 선포하고, 50초에는 엔진 스위치가 당겨지며 왼쪽 엔진이 꺼졌다.

그 직후 비행기록장치(FDR)와 음성기록장치(CVR)는 모두 작동을 멈췄다. 다만 사조위가 폐쇄회로(CC)TV와 관제탑과의 교신 내용 등에 따라 재구성한 바에 따르면 사고 비행기는 착륙하지 않은 채 공항을 통과해 크게 왼쪽으로 선회해 비상 착륙을 시도했고, 오전 9시 2분 57초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이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했다.

사조위에 따르면 왼쪽 엔진과 오른쪽 엔진에서 모두 조류 충돌 흔적이 발견됐다. 외관상 손상은 왼쪽이 더 심했지만 이는 지상 충돌 때의 충격에 따른 것으로, 조류 충돌에 따른 엔진 내부 손상은 오른쪽이 더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엔진전자제어장치(EEC)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왼쪽 엔진은 조종사들이 조작한대로 지상 충돌 전인 오전 8시 58분 54초에 정지됐다. 오른쪽 엔진의 경우 지상 충돌때까지 작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조종사들이 왜 왼쪽 엔진을 선택해서 껐는지에 대한 설명이나 분석은 자료집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양쪽 엔진 모두 과거 14회 비행과 참사 당시 엔진 자체 결함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양쪽 엔진에 남은 조류 충돌 흔적은 모두 가창오리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조위는 가창오리가 본래 무안공항 인근에 서식하는 조류가 아니라, 사고 전날 기존 서식지에 폭설이 내리고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서 집단으로 남하한 것으로 봤다. 이처럼 갑자기 이동하게 되면서 주로 새벽이나 저녁에 이동하는 본래 특성과 달리 사고가 발생한 아침 시간대에 이동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당시 공항 인력 중 조류 관련 전담인원은 1명이었고, 무안공항의 비행 조건과 환경 등을 설명하는 ‘항공정보간행물’에 가창오리 관련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인명피해를 키운 주범으로 거론되고 있는 로컬라이저와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과 관련된 내용도 담겼다. ‘공항안전운영기준’ 제 109조에는 ‘정밀접근활주로 착륙대 끝에서 240m 내에는 항행목적상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시설 및 장비가 없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항행목적상 필요한 시설 및 장비도 부러지기 쉬워야 하며 가능한 한 낮게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사조위는 해당 시설이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명시했다.

그리고 해당 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면 중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자료집에 함께 담았다. 사조위는 지난해 3월 한국전산구조공학회에 로컬라이저 둔덕이 사고에 미친 영향 등을 분석하는 용역을 의뢰했다. 해당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콘크리트 둔덕이 없을 경우 사고기는 동체 착륙 후 770m 활주한 뒤 멈춰 탑승자 전원이 생존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만약 둔덕이 있더라도 로컬라이저 지지대가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설치되어 있었다면 사고기는 10m 높이 무안공항 보안담장을 뚫고 지나가지만 중상자는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조위 측은 “새로운 사실이나 증거가 확인될 경우 중간보고서나 최종보고서 내용은 수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엔진 손상#블랙박스 분석#조류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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