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샤먼 밀수 스캔들' 파문 확산

  • 입력 2001년 6월 28일 18시 35분


밀수 총액 530억위안(약 2조6500억원) 규모의 중국 사상 최대의 부패 스캔들, 샤먼(厦門)밀수사건이 내년 제16차 공산당 전당대회를 앞둔 중국 정관계의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홍콩의 명보는 중국 군부 최고실력자로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겸 현역 상장(한국군 대장에 해당)인 츠하오톈(遲浩田) 국방부장이 사건 주범인 라이창싱(賴昌星) 전 위안화(遠華)그룹회장으로부터 50만위안(약 7500만원)을 뇌물로 받았다는 의혹이 있다고 28일 전했다.

현재 캐나다에 머물며 망명신청을 해놓고 있는 라이 회장은 캐나다 현지 언론인과 100여 시간에 걸친 인터뷰에서 이 내용을 포함해 교분이 있었던 상당수 중국 지도부 인사에 관한 사항을 털어놓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라이 회장은 1999년 샤먼밀수스캔들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되자 해외로 탈출해 현재 캐나다에 머물고 있다. 중국 정부는 캐나다에 라이 회장을 송환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캐나다 정부는 사형을 선고받을 것이 확실한 사람을 송환하지 않는다는 관례를 들어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샤먼에서 영빈관 훙러우(紅樓) 등을 운영하며 수많은 고위관리에게 금품과 ‘성(性)’ 상납을 해 온 것으로 밝혀진 라이 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츠 부장이 비서를 통해 장쑤(江蘇)성에 있는 한 기념비 개축을 위해 50만위안이 필요하다고 해 돈을 전했다고 밝혔다. 라이 회장은 이 돈이 실제로 기념비 개축에 사용됐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츠 부장은 라이 회장이 샤먼 해변가 별장에 걸어 놓을 글씨를 부탁하자 ‘톈취안(天泉)’이란 글을 써 주었으며 이 글을 새긴 큰돌이 별장 입구에 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 회장은 또 리란칭(李嵐淸) 부총리와 리톄잉(李鐵映) 정치국 위원, 류화칭(劉華淸) 전 중앙군사위 상무부주석, 전 전인대부위원장 왕한빈(王漢斌), 전 농업부장 류장(劉江) 등과도 친밀하게 지냈으며 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집무실에 놓아두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샤먼밀수스캔들 조사책임자인 웨이젠싱(尉健行) 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 서기는 수사과정을 통해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과의 사이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장 주석은 이 사건과 관련해 심복인 자칭린(賈慶林) 베이징(北京)시 당서기 등 고위권력층의 연관설이 나돌자 격노해 관련자들을 부패 등 혐의로 차례로 옷을 벗기고 있다고 홍콩 언론들은 전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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