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클린턴 생활]외국 여행하며 고액강연

  • 입력 2001년 4월 27일 18시 32분


권력을 손에서 놓으면 자유로워질까.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지구상 최고의 권좌에서 물러난 지 100일. 그는 요즘 강연 외국여행 등 왕성한 활동을 하며 민간인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클린턴 전대통령은 퇴임과 함께 부인 힐러리여사(상원의원)의 지역구인 뉴욕으로 거처를 옮겼다. 사무실은 뉴욕의 흑인 빈민가인 할렘에 잡았다. 당초 맨해튼의 호화사무실을 염두에 뒀다가 연방예산으로 지원되는 사무실 임대료와 유지비가 너무 비싸다는 여론의 비판에 장소를 바꿨다.

그는 이곳을 베이스 캠프로 해 일단 돈벌이에 주력하고 있다. 재임 중 각종 스캔들에 휘말리는 바람에 변호사를 고용, 송사(訟事)를 치르느라 수백만달러의 빚을 진 데다 뉴욕과 워싱턴에 집 2채를 구입해 현실적으로 연금만으로는 생활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강연료는 한번에 10만달러 정도의 고액. 강연요청이 쇄도하자 강연료 등의 조건 흥정은 전문 대행회사에 맡겼다.

또 지난달 인도의 지진피해지역 방문을 시작으로 도미니카공화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잇달아 방문한 데 이어 다음달에는 영국을 찾을 예정이다. 특히 카리브해의 도미니카에서는 힐러리여사와 단둘이 휴양지에서 ‘제 2의 허니문’을 즐겼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보수적인 부시 행정부에 실망한 노동자와 흑인 등 소수계가 벌써부터 클린턴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어 그를 뿌듯하게 하고 있다.

물론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퇴임 직전 무더기로 단행한 사면을 둘러싼 구설수에 올랐고 이에 관한 수사는 현재 진행중이다. 또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에 관한 위증 때문에 아칸소주 최고법원에 지난달 2만5000달러의 벌금을 내기도 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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