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中-러와 갈등 신냉전시대 방불케 해

  • 입력 2001년 3월 21일 16시 54분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마치 과거 냉전시대의 갈등과 대립을 보는 듯 하다. 미-중 갈등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 계획 때문에, 미-러 갈등은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와 핵 문제 때문에 심해지고 있다. '신 냉전 시대'를 방불케 하는 강대국간의 갈등 양상을 정리했다.

▽미-중 갈등=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판매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이 급기야 노골적인 설전(舌戰)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을 방문중인 첸치천(錢其琛) 부총리는 19일 미국이 조기 경보레이더 시스템을 장착한 이지스 구축함을 대만에 판매할 경우 양국 관계에 매우 심각한 긴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뉴욕의 아시아학회 주최 모임 연설에서 "이지스함 판매는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의 질과 판매량이 전년 수준을 넘지 않는다"고 "약속한 82년의 중미협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환경 여하에 따라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대해 리처드 바우어 미 국무부 대변인은 20일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문제는 중국와의 협상 대상이 아니다"며 "미국은 대만의 합법적인 방위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적절하고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무기를 판매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문제도 무시 못할 갈등 요인이다. 중국은 미국이 농산물시장 개방 문제에 대해 딴지를 거는 바람에 가입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밖에 인권문제도 잠재적인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은 제네바 인권위원회 연례회의에서 파룬궁((法輪功)문제 등 중국의 인권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져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미-러 갈등= 부시 행정부가 NMD 체제 구축을 강행할 뜻을 밝히면서 시작된 양국간의 갈등은 간첩사건과 핵확산 책임 시비 로 이어지고 있다. 양국의 고위 관리들은 서로 상대방에 대해 "냉전시대로 돌아가려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러시아 외무부는 20일 "부시 행정부가 러시아를 적대적인 국가 로 간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는 "러시아가 핵 기술을 수출해서 냉전시대의 양국 대립 구도를 복원시키려 하고 있다"는 18일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의 발언에 대한 반격으로 나온 것.

양국의 갈등이 핵 확산과 군비경쟁의 재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NMD 구축을 위해 72년 구 소련과 맺은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 개정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예브게니 아다모프 러시아 원자력부 장관은 20일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과 핵확산금지조약(NPT)이 러시아의 국익을 해칠 경우 탈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에는 러시아의 한 장성이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의 재검토를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 미 연방수사국(FBI) 직원의 간첩사건이 터지는 등 양국의 치열한 첩보전도 냉전시대에 못지 않다.

<베이징 모스크바=이종환·김기현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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