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자녀들, 스트레스에 불행한 삶

  • 입력 2001년 3월 12일 16시 26분


세계 최고의 권력자를 아버지로 두었던 이들의 삶은 과연 행복했을까.

ABC방송은 10일 미국 대통령 자녀들의 대부분은 사회와 동떨어진 밀폐된 상황에서 살아가며 상당수는 성장 과정속에서 심한 갈등과 어려움을 겪는다고 보도했다. 생존한 퍼스트 칠드런(대통령의 자녀·First Children) 은 모두 24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대통령 자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첫번째 조언자(First Counsel)'라는 책을 낸 작가 브래드 멜처도 "대통령의 2세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와 중압감 속에서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퍼스트 칠드런'의 불행은 우선 사생활이 없는데서 시작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외동딸 첼시가 스탠퍼드대에 남자친구와 함께 나타났을 때 남자의 고향인 텍사스주 우드랜드는 난리가 났고 남자의 부모는 보도자료까지 발표해야 했다.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의 딸 수전은 경호요원 척 벤스와 데이트를 했던 사실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는데 22세에 벤스와 결혼했다가 가정불화로 2년만에 이혼했다.

'1인자의 자식들'의 또 다른 고충은 언론 보도 때문에 생긴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아들 케네디 주니어는 변호사 시험에 두 번 떨어졌는데 그 때마다 뉴욕포스트지가 1면 톱기사로 보도해 망신을 당했으며 부인과 심한 불화로 고생하던 99년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딸 에이미는 백악관의 저녁 식사 시간에 정치얘기를 듣지 않고 책을 읽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으로부터 '예의없는 행동'이라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대통령의 피치 못할 무관심 때문에 불화가 싹트는 경우도 많다. 로널드 레이건 전대통령의 딸 패티 데이비스는 아버지를 '자식을 돌보지 않는 냉정한 사람'이라고 묘사했으며 부모에 대한 반항심에서 플레이보이 잡지에 모델로 출연해 물의를 일으켰다.

뉴욕의대의 마이클 블루멘필드 박사는 "대통령 자녀들은 엄격한 규제를 따라야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성장하기 때문에 순탄치 않은 성장과정을 겪는다"고 분석했다. ABC방송은 전직 대통령의 딸들중 단 한 명도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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