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방북 취소]정부 "어느정도 예상했던일"

  • 입력 2000년 12월 29일 18시 43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방북 불발에 대해 외교부측은 “미 대선사태가 장기화하고 북―미 미사일문제가 난관에 부닥치면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라면서도 “방북이 성사됐다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역사적 전환점이 됐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정부의 이런 반응과 달리 그동안 클린턴 대통령 방북 노력을 지켜보는 정부의 속내는 다소 복잡했다. 총론은 환영이지만 각론에선 일부 우려가 없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북―미관계의 정상화는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어내는 확실한 계기가 될 것이며 이는 남북관계의 진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게 환영의 이유였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여러차례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을 권고하는 발언을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서는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이 미 정권 말기의 정치성 이벤트로 추진될 경우 남북 및 한미관계에 상당한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고 ‘경계’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나 웬디 셔먼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 등이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선물’로 무리하게 방북을 성사시켰을 경우 북측의 대미, 대남 협상카드만 키워주는 역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대북정책 추진과정에서 ‘물을 엎질러 놓고 주워담을 사람이 없는 상황’은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클린턴의 방북 포기가 어렵게 조성된 한반도 화해분위기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김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차기 미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조속히 추진하는 등 한미간 대북 공조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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