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 뱃길 반세기만에 열린다

  • 입력 2000년 12월 29일 18시 28분


중국대륙에 인접한 대만 섬들 사이에 반세기 동안 끊어진 뱃길이 내년부터 다시 이어진다. 푸젠(福建)성 샤먼(厦門)시 대만판공실은 28일 대만의 진먼다오(金門島)현에 전문을 보내 1월2일 첫 항해가 이뤄질 수 있도록 요청했다. 진먼다오현청은 당초 1월1일 첫 배를 샤먼에 도착시킬 예정이었으나 늦춰진 셈.

내년부터 직항선이 뜨는 진먼다오와 샤먼, 마쭈다오(馬祖島)와 푸저우(福州)는 배로 불과 10분이면 닿는 거리. 새벽닭 우는 소리도 들리는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도 양측의 뱃길은 무려 52년 간이나 닫혀 있었다. 이 때문에 이들 섬 주민이 맞은편으로 건너가려면 먼저 타이베이(臺北)로 간 후 홍콩으로 건너가 다시 샤먼이나 푸저우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었다.

▽배경〓중국은 92년 대만과 ‘하나의 중국’ 원칙에 합의할 때 대만과 본토간의 전면적인 3통(通)에 앞서 소3통을 먼저 실시할 것을 요청했다. 소3통은 대륙인접 섬들과 대륙간의 직접적인 왕래와 상거래 우편물교환 허용을 뜻한다. 그러나 대만은 이를 미뤄오다 천수이볜(陳水扁)정부가 들어서서야 양안관계 해결의 돌파구를 수용한 것. 이와 함께 대만정부는 재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대륙에 대한 투자제한도 곧 완화할 방침이다. 중국은 대만의 소3통 실시발표에 환영도 반대도 않는 무대응의 입장을 취했으나 최근 환영으로 입장을 바꿨다. 소3통이 전면 3통을 뜻하는 이른바 ‘대3통’의 전주곡으로 보고 있기 때문.

▽전망〓소3통의 실시로 우선 본토에 인접한 대만 섬들의 대륙경제권으로의 편입이 본격화된다. 이들 섬은 그동안 멀리 떨어진 대만 본섬에 경제적으로 연결돼 있으나 앞으로는 농산물 등 대부분의 생필품을 대륙에서 직접 공급받는 ‘대륙화’가 급속히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양안간의 정치 군사적인 대립도 빠르게 해소될 전망. 대만은 기존의 ‘3통불가’ 방침을 바꿔 제한적이나마 3통을 허용, ‘중국과 대만이 하나’라는 사실을 사실상 받아들였다. 이 때문에 ‘하나의 중국’ 원칙 수용여부를 둘러싼 양측간의 마찰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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