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크 "팔 국가로 승인"…양보안 제시

  • 입력 2000년 12월 1일 18시 51분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국가승인을 내용으로 하는 양보안을 제시함으로써 석달째 계속되고 있는 중동유혈사태가 해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바라크 총리는 지난달 30일 한 신문과의 회견에서 "중동평화협상의 쟁점인 동예루살렘 귀속문제와 난민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잠정적인 평화협정을 통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승인하고 요르단강 서안의 영토 중 10%를 양도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이 협정은 2∼3년 동안 유효한 과도적인 성격을 갖게 될 것"이라며 "이 기간 안에 동예루살렘의 귀속문제 등을 최종적으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측은 일단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에브 에라카트 팔레스타인 협상대표는 "잠정적인 협정으로 유혈사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이스라엘이 1967년 강제 점령한 동예루살렘으로부터 완전 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수반의 측근인 나빌 아부 루데이나도 "어떠한 잠정적인 협상에도 반대하며 예루살렘의 독립과 난민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종적인 평화협정 체결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바라크 총리와 아라파트 수반을 다음 주 이집트로 초청, 잠정적인 평화협정안을 팔레스타인측이 받아들이도록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라크 총리의 이번 제안은 지난달 28일 야당의 조기총선 요구를 전격 수용한 그가 재집권을 위해 던진 마지막 승부수로 평가되고 있다. 빠르면 내년 5월로 예정된 총선 전까지 유혈사태의 종식을 내용으로 하는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못할 경우 총선 패배가 확실하기 때문.

이스라엘 정치분석가들은 그의 제안을 잠정협정 체결로 일단 고비를 넘긴 뒤 2∼3년에 걸쳐 중동평화협상의 난제인 동예루살렘 귀속문제와 팔레스타인 난민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풀이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측도 일단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긴 했으나 이번 제안이 자신들이 종전부터 주장해 오던 것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이번 제안의 수용 여부에 따라 중동사태 해결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1월 퇴임하는 빌 클린터 미국 대통령 역시 바라크 총리의 제안을 현실성 있는 해결책으로 보고 적극 중재에 나설 방침이어서 막판 대타협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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