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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29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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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자의 ‘정신 무장’을 위한 서바이벌 캠프가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안락한 사무실에 익숙한 경영인들이 외딴 장소에서 열리는 혹독한 경영 훈련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것은 실적 부진 때문. 매출 둔화와 주가 하락으로 고전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육체적 정신적 해이감으로부터 탈출하려는 경영진들이 서바이벌 캠프로 몰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캠프 참가자들은 주로 최고경영자(CEO) 승진을 앞둔 2인자급 고위 경영자들. 최근 코카콜라 질레트 등 대기업 경영자들이 실적 부진을 이유로 취임 1, 2년 만에 자리에서 쫓겨나면서 최고직 승진을 앞둔 2인자들은 서바이벌 캠프를 거쳐 철저한 정신 무장을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특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인수합병(M&A)에 많이 나서는 정보통신 인터넷 관련 경영자들이 전체 캠프 참가자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서바이벌 캠프를 운영하는 컨설팅 업체들은 대기업이 많이 몰려 있는 뉴욕을 중심으로 10여개나 된다. 참가비 2만∼3만달러를 내고 캠프에 입소하는 20여명의 경영자들은 일주일 동안 육체 단련과 정신 수양 훈련을 받게 된다.
경영자들은 우선 모래밭 뛰기, 진흙탕 구르기,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기, 숲속에서 길 찾기 등 고난도의 훈련을 거쳐 육체적인 인내심을 기른다. 서바이벌 캠프를 운영하는 RHR 인터내셔널 컨설팅사의 마이클 사이트시크 회장은 “캠프에 참가하는 20여명의 경영자 중 절반 이상은 육체 단련 프로그램에서 중도 포기한다”면서 “힘든 일을 거의 해본 적이 없는 고위경영자들은 육체적 난관을 이겨내는 일을 크게 두려워한다”고 말한다.
육체 단련 프로그램은 철저하게 팀 방식으로 운영된다. 경영자들의 독단적인 결정 방식을 막는 것이 육체 단련 프로그램의 최대 목표이기 때문에 개인 행동이 아닌 3, 4명으로 이뤄진 팀의 성적에 따라 통과 여부가 판가름난다.
정신 수양 프로그램은 육체 단련을 이겨낸 경영자들만이 참가할 수 있다. 정신 수양 프로그램의 백미는 경영자들이 다른 참가자들로부터 자신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지적받는 ‘의식 개조’ 테스트. 경영자들은 이 테스트를 통해 부하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에 인내심을 갖고 대처하는 리더십 훈련을 받게 된다.
RHR의 사이트시크 회장은 “경영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남의 의견을 듣는 훈련”이라며 “문제점 지적에 처음에는 흥분하던 경영자들도 차츰 포기하고 해결책 모색에 돌입하게 된다”고 말한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