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차이니즈 나이트' 중국인으로 산다는 것은…

  • 입력 2000년 11월 17일 18시 32분


▼'차이니즈 나이트 1,2' / 강효백 지음/ 전2권/ 8000원/ 한길사▼

중국은 어떤 나라인가?

한데 뭉뚱그려 정의할 수 있는 중국은 없다. 면적에서나 인구에서나 유럽을 압도할 정도이니까. 호방한 북부인과 실용적이고 사근사근한 강남인은 스칸디나비아 사람과 이탈리아 사람 만큼이나 다르다. 그런데 왜 중국은 쪼개지지 않을까.

‘독립’이 유럽의 제민족을 열광시킨 반면 중국 민중을 열광시킨 격문은 ‘천하통일’이었다. 진시황이 전국에 깔아놓은 문자 도량형등의 표준적 인프라도 통일국가 유지에 한몫했다. 그러므로 중국은 없기도 하고 있기도 하다. 인간적 특질, 풍경과 기후에서부터 술버릇 섹스 입맛 장사속…. 사람살이의 온갖 현상과 사실들을 점묘(點描)법처럼 모아놓으면 비로소 통일된 하나의 중국이 시선에 들어온다. 바로 저자의 의도다.

차이니즈 ‘나이트’라니 향락과 성풍속만을 모아놓은 점잖치 못한 책처럼 보일법도 하지만, 진짜 밤얘기는 일부분에 그친다. 상하이 타이완 베이징 등지를 두루 거치며 공격적 인간관계를 쌓아온 저자의 취재력이 생생한 글발과 구수한 입담에 실려 눈에 착 달라붙는다.

중국인의 생활 근간 제1항은 두말할 것 없이 식(食). 톈안먼(天安門) 사태 당시 한 민주화 지도자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개인희생이 따르는 중대발표를 하겠다” 좌중 일순 긴장. “앞으로 24시간 단식하겠다.” 외신기자들은 폭소를 터뜨렸지만 중국인들은 오히려 그들에게 눈총을 보냈다. “정말 힘든 결단이었을텐데 웃다니….”

중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요리는 황제의 요리 만한췐시(滿漢全席)다. 1925년 궁중밖으로 나오면서 메뉴를 3분의1이나 줄여 ‘대폭’ 간소화됐다. 요리는 ‘불과’ 108가지. 식사소요시간은 ‘고작’ 하루로.

중국의 가정내 여성파워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저자는 중국남편의 5대 강령을 소개한다. ①길바닥에서 주운 돈도 즉각 아내에게 ②모든 빨래는 자신이 ③식사후 남은 음식은 혼자 먹어치운다. 상했어도. ④(…) ⑤아내가 위이며 먼저 즐거워야 한다. 낮이나 밤이나.

중국생활을 위한 실용정보도 풍성함 이상이다. 중국에서 감사 표시를 한다고 해도 흰 봉투에 ‘정성’을 담아보내면 즉각 절교를 피할 수 없다. 붉은 봉투에 담아야 한다. 액수는 ‘8’자로 끝나는 것이 좋다.깊이있는 학술정보도 빠지지 않는다. 유명한 병마용(兵馬傭)은 진시황 무덤의 일부가 아니라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단다. 옷 색깔로 검은색만을 쓸 것을 지시한 진시황의 명령과 위배되고, 함께 출토된 병기의 야금술이 진시황 당시와 다르다는 것.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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