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독서]'실리콘 앨리' 닷컴1번지 맨해튼 누가 일궜나

  • 입력 2000년 10월 20일 18시 31분


▼'넷비지니스의 최전선, 실리콘 엘리' / 나가노 히로코 지음/ 김효순 옮김/ 영진Biz.com/ 334쪽 1만원▼

1993년에 들어서 미국 경제가 오랫동안 계속되던 불황을 벗어나 호경기를 맞이하자 뉴욕의 땅값과 임대료도 덩달아 오르기 시작했다. 게다가 뉴욕시가 높은 세제까지 적용하자 금융기관이나 증권회사는 구조 조정의 일환으로 사무실을 차차 교외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때 뉴욕의 인터넷 기업가들은 오히려 맨해튼으로 진입했다.

오래된 건물과 높은 임대료 등 나쁜 기반 조건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기업가들이 맨해튼에 몰려드는 데는 그 곳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 곳에는 우수한 인재와 거대한 신규 고객과 컨텐츠 소유자들이 있었다.

뉴욕에는 이전부터 광고 출판 텔레비전 라디오 금융 교육 음악 미술 패션 등의 아날로그 산업이 밀집돼 있었다. 그 때문에 우수한 인재가 넘쳐났고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선도하는 창의적인 기업가들은 그들의 아이디어를 실현할 인재를 찾아 이 곳에 모여들었다. 이렇게 하여 바로 그 심장부인 맨해튼에 형성된 것이 이른바 ‘실리콘 앨리’. 뉴욕 맨해튼 41번가 남서지역의 이곳에는 현재 뉴욕시 전체 인터넷 기업의 약 42.5%가 집중돼 있다.

실리콘 앨리 한복판에서 자유 기고가로 활동하는 저자는 실리콘 앨리의 발생에서부터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하게 된 과정과 그 배경을 간결하면서도 꼼꼼하게 파헤친다.

한때는 인재들이 모이는 ‘장소’라는 지리적 이점은 네트 비즈니스에서는 불필요한 것으로 생각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사람들과 직접 만나서 정보를 교환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고도의 지적 노동자를 신속하게 찾을 수 있다는 지리적 이점은 스피드가 승부의 관건이 되는 네트 비즈니스에서 이제 필수불가결의 요소가 됐다. 뉴욕에서 수시로 열리는 비즈니스 회의, 파티, 이벤트와 그밖의 사적인 만남은 바로 실리콘 앨리의 강렬한 흡입력이다.

특히 저자는 이런 실리콘 앨리가 기업가들에 의해 우연히 형성된 것만이 아님을 강조한다. 이 곳의 인터넷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뉴욕 주 및 시 정부는 세금 면제, 벤처 캐피털 펀드 성립 등 산업 진흥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뉴욕대(NYU) 컬럼비아대 폴리테크닉대를 중심으로 기업과 적극 협력하여 새로운 산업 지역의 발전을 좌우하는 인재들을 키워냈다. 120여 개의 대학과 50만 명 이상의 학생이 집중돼 있는 교육의 메카 뉴욕시는 전 미국을 통틀어 매년 최대 규모의 프로그래머와 엔지니어를 배출하고 있다.

이 곳에서 바로 인터넷 기업의 역사를 만든 업체들이 자라났다. 여성 웹 사용자들이 미래 온라인 쇼핑의 강력한 추진력이 될 것을 예언하면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신뢰 구축에 성공한 아이빌리지(iVillage inc.), 2억 페이지가 넘는 기술 정보로 전 세계 IT전문가들을 끌어들이는 어스 웹(Earth Web), 개인 무료 홈페이지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구축해 고객들이 ‘머무는’ 사이트를 성공시킨 더글로브닷컴(theglobe.com), 잠재적 거대시장인 어린이 시장에 주목해 성공을 거두고 있는 마마미디어(MaMaMedia)….

지금은 너무 익숙해져 버린 듯한 이런 인터넷 비즈니스 기법의 성공 전설이 모두 이 곳에서 시작됐다. 저자는 2000년도 통계자료까지 이용하면서 최근의 상황을 보여주려 애쓰지만, 안타깝게도 인터넷 비즈니스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저자의 이야기는 이미 과거가 되고 실리콘 앨리에서는 오늘도 인터넷 비즈니스의 역사가 새로 쓰여지고 있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