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전쟁도발 혐의 클린턴등 서방지도자 기소

  • 입력 2000년 8월 30일 18시 35분


유고연방 검찰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등 서방 주요 지도자들을 전쟁도발, 민간인 집단학살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는 다음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정권이 최근 유고 야당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미국을 겨냥, 지지세력에 애국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유고연방 검찰은 29일 지난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폭격으로 504명의 유고 민간인이 사망한데 대한 책임을 물어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 등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외에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하비에르 솔라나 전 NATO 사무총장 등 각국 최고 지도자들과 국방장관 외무장관들을 기소했다.

유고 문제 전문가들은 유고측의 이같은 조치가 9월24일로 예정된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에 대한 지지도를 높이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보고 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현재 밀로셰비치는 갈수록 인기가 내려가고 있으며 세르비아쇄신당(SPO)과 연합야당인 세르비아민주야당(DOS) 등으로 분열돼있는 야당 세력이 단일후보를 낸다면 낙선할 가능성이 크다.

유고 야당 세력들은 서방의 극심한 견제를 받고 있는 밀로셰비치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유고의 앞날이 어두울 수밖에 없다며 유권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밀로셰비치는 지난해 유고전범재판소(ICTY)에 의해 전범으로 기소됐으며 미 국무부는 그의 체포에 기여하는 사람에게 500만달러(약 55억원)의 현상금을 주겠다고 밝혔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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