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함정 日근해 항해…외교갈등 조짐

  • 입력 2000년 8월 14일 19시 06분


최근 중국 해군함정이 일본 근해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여 일본 정부가 대중국 엔차관 중지를 검토하고 주일 중국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등 양국간 외교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일본 방위청에 따르면 올들어 중국 해군 함정 17척이 일본 근해에서 활동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정보수집과 쇄빙기능을 겸하고 있는 한 중국 해군 함정은 5월 쓰시마(對馬)해협을 거쳐 쓰가루(津輕)해협을 통과한 뒤 가고시마(鹿兒島)현 오스미(大隅)해협을 통해 중국으로 돌아가는 등 일본 열도 전체를 일주했다. 또 7월에는 정보수집선 한 척이 오스미해협을 통과해 시즈오카(靜岡)현 앞바다까지 왕복한뒤 쓰시마섬(對馬島)을 한 바퀴 돌고 사라졌다.

방위청은 이들 함정들이 △전파정보 수집 △잠수함항로 확보 등을 위한 해저조사 △원양해군창설 준비 △일본 자위대의 반응 탐색 △해저 유전 등 자원탐사 등의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확실한 목적을 알지 못해 24시간 추적경계를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쓰가루 쓰시마 오스미 해협 등 5개 해협을 ‘국제해협’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국제해협으로 지정되면 외국배나 비행기는 해협 중앙부분을 이용해서 통과할 수 있다. 일본이 국제해협을 지정한 것은 다른 나라 해협의 개방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외국배나 비행기는 국제해협에서 지체하지 말고 즉각 통과하고 사전 허가없이 조사나 측량을 하지 않는다는 의무만을 지키면 된다. 따라서 중국 해군함정이 조사나 측량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국제법상 제재할 명분이 없는 셈이다.

그러나 중국의 군사력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는 일본 정부로서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2000년판 일본 방위백서는 일본 근해에 출몰하고 있는 중국해군함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자민당 간사장은 11일 천젠(陳健)주일 중국대사를 불러 중국함정의 일본근해 항해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자숙을 요구했다. 8일 외교관계 당정협의회에서는 “대중국 정부개발원조(ODA)를 재고해야 한다”는 등 강경론이 잇따랐다. 일본 정부는 ODA와는 별도로 중국에게 제공할 예정인 172억엔의 엔차관을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외상은 국회에서 “28일 중국을 방문할 때 중국측의 진의를 알아보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중국은 일본 외무성의 항의에 대해 “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내에서 활동하고 있고 국제해협에서는 위법활동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이 문제는 상당기간 양국외교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