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 "KAL 괌 사고 손해배상訴 한국법 따라야"

  • 입력 2000년 8월 11일 06시 52분


97년 8월 발생한 대한항공(KAL) 801편 괌 추락사고의 사망자 유족과 부상자 가운데 대한항공과의 합의를 거부한 140여명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사건에서 미국 법원이 미국 법 대신 한국 법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법원은 또 한국 법원의 판례에 따라 배상액의 상한선을 제한하겠다는 의견을 나타내 유족들의 배상금이 최소한에 머물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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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송에서는 준거법(Governing Law·적용법규)을 어느 나라 법으로 할지가 최대 관건이었으며 준거법에 따라 손해배상 액수가 수십배나 차이가 나게 되어 있었다.

미국 법원의 이같은 입장표명에 따라 판결전에 1인당 평균 300여만달러(약 33억원)를 받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를 하고 소송을 포기한 이모씨 등 20여명을 제외한 나머지 유족들에 대한 위자료는 최소 5000만원에 불과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법원에서 한국 법과 판례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격론이 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의 해리 헙 판사는 7월21일 KAL기사고 소송의 원고(유족) 및 피고(미국 정부와 대한항공)의 변호사들에게 ‘한국 손해배상법 적용에 관한 임시 결정서(Minute Order)’를 보낸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헙판사는 이 결정서에서 “KAL기사고 소송에서 한국법을 적용하게 될 개연성이 아주 높다(high probable)”고 밝혔다. 그는 또 “한국 법원은 판례를 통해 위자료의 상한선에 관해 일정한 기준을 확립해왔는데 이 기준도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판례는 사망사건의 경우 위자료를 3000만∼5000만원 정도로만 인정해왔다. 그는 이어 “원고와 피고측의 견해를 들어본 뒤 28일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법대 안경환(安京煥·미국법)교수는 “미국 법원의 관례상 원고측에서 명확한 반증을 제시하지 못하면 최종 결정에서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시카고 등 미국의 여러 지방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는데 미국 ‘연방소송위원회(MDLP)’는 소송을 통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관할법원과 준거법에 관한 최종 결정을 내리도록 헙판사를 지명했다.

KAL기사고 유족과 부상자 250여명중 100여명은 추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조건으로 대한항공측과 1인당 2억5000만∼3억원의 배상금에 합의했으며 나머지 148명은 미국 여러 지역에서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모씨 등의 소송을 맡아 미국정부와의 합의를 이끌어낸 법무법인 ‘대륙’(대표 함승희·咸承熙)의 김준민 미국 뉴욕주 변호사는 “미국 정부도 준거법이 어떻게 될지 몰라 비교적 거액의 배상금 지불에 합의한 것 같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외국의 법률이 적용될 수 있는 사건에서 상대국 법과 판례에 대한 연구와 치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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