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코드 '안전神話' 부서지다…31년만에 첫 인명사고

  • 입력 2000년 7월 26일 18시 31분


코멘트
‘보잉 맥도널더글러스 에어버스 안토노프 모두 추락했다. 하지만 콩코드만은 예외다.’

25일은 세계 최고 항공기임을 자랑해왔던 콩코드의 신화가 무너진 날. 콩코드는 세계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일 뿐만 아니라 대형사고를 내지 않은 유일한 여객기라는 기록을 갖고 있었다. 1979년 착륙 도중 타이어가 터지는 사고가 난 적이 있었지만 인명피해를 낸 적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 추락 사고로 그동안 쌓아 온 ‘무사고 완벽운항’의 신화도 화염에 휩싸여 버렸다.

프랑스와 영국이 합작 개발한 콩코드는 69년 3월2일 프랑스 남부 툴루즈에서 29분간의 처녀비행에 성공했으며 지난해 성대한 비행 30주년 기념식을 열기도 했다. 7년간의 시험기간을 거쳐 76년 상업비행을 시작했으며 현재 에어 프랑스와 브리티시 에어웨이스가 각각 6대와 7대를 운항해 왔다. 4개의 고성능 엔진을 장착했으며 고도 1만5000m 이상을 유지한 채 대서양을 3시간반 만에 횡단할 수 있는 마하 2.04(시속 22000㎞)의 초고속을 뽐내왔다.

콩코드는 최대 144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으나 두 항공사는 승객 정원을 100명 미만으로 제한했다. 음속 돌파시 굉음이 발생해 취항할 수 있는 공항이 많지 않다는 한계와 협소한 기내 등 몇 가지 단점도 있으나 최고의 속도, 최대의 안전, 최상의 기내 서비스 등을 특장으로 일반 여객기에 비해 훨씬 비싼 항공 요금을 받아왔다.

런던∼뉴욕간 왕복 요금이 1만70달러(약 1100만원)나 될 정도. 이 때문에 정기운항보다는 주로 상류층들을 상대로 한 전세기로 운항해 왔다.

대중화에 성공하지 못해 아직까지 막대한 개발비용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운항중인 콩코드기는 75∼80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제작 당시에는 대서양을 6700번 횡단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으나 최근 8500번까지 안전 횡단이 가능한 것으로 계산됐다. 이를 근거로 브리티시 에어웨이스는 15∼20년간 콩코드를 더 운항시킬 예정이며 에어 프랑스는 2017년에나 일선에서 은퇴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브리티시 에어웨이스가 7대의 콩코드 가운데 1대의 날개에서 미세한 균열을 발견해 운항을 중단시킨 지 하루만에 이번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에 콩코드의 노후 정도에 대한 진단도 새롭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