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회담 D-2]G8 정상 어떤 보따리 풀까

  • 입력 2000년 7월 18일 18시 52분


서방선진 7개국(G7)과 러시아가 참여하는 일본 오키나와(沖繩) G8정상회의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21∼23일 2박3일간 8개국 정상들은 세 차례의 회의에서 경륜과 지도력을 겨루게 된다. 각국 정상들은 어떤 보따리를 들고 와, 무엇을 목표로 회의에 임하게 될까.

▼클린턴 8회참석 '최고참'▼

이번 회의의 ‘최고참’은 8번째 참석하는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 헬무트 콜 전 독일총리와 작고한 프랑수아 미테랑 전프랑스 대통령 등 ‘단골손님’이 무대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 메릴랜드 캠프데이비드 별장에서 열리고 있는 중동평화협상이 성공적으로 매듭지어질 경우 클린턴 대통령은 이번 회의의 최고 스타가 될 것이 분명하다. 클린턴은 미국에 장기호황을 가져다준 정보기술(IT)혁명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이번 정상회의는 ‘IT정상회의’로 불릴 정도여서 경험에 바탕을 둔 그의 발언은 어느 때보다도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악재도 없지 않다. 그는 72년 오키나와가 일본에 반화된 뒤 처음으로 오키나와를 방문하는 미국대통령이다. 화려한 스포트를 받으며 미일 결속을 강조할 예정이었으나 현지의 반미감정이 급격히 고조돼입장이 난처해졌다. 오히려 극렬한 반미데모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일본과의 개별회담에서는 주일미군 분담금과 NTT접속료 문제를 담판지어야 한다.

▼모리 외교역량 시험대▼

정상회담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은 의장국인 일본의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 4월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전총리의 타계로 급하게 바통을 넘겨받은 그로서는 역량을 과시할 절호의 찬스다. 오부치 전총리의 대타역할로 끝날지, 장기집권의 기회를 잡을 것인지가 이번 회의에 달려 있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 처음 참가하지만 그가 주창하는 ‘강한 러시아’가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회담직전 중국과 북한을 방문하고 참석하기 때문에 그가 펴보일 보따리도 궁금하다.

특히 중국과 북한의 의견을 앞세워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 계획에 강력하게 반대할 것이 분명해 클린턴과의 대결이 불가피하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총리는 처음 참석했던 지난해 쾰른 정상회의에서 코소보문제 해결에 수완을 발휘했다. NMD에 대해서는 러시아편을 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러시아의 최대 채권국이기 때문에 러시아의 채무를 무조건 경감시켜주자는 데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은 자타가 공인하는 일본통. 공식 방일만 40차례가 넘는다. 그는 세계화에 대한 부작용에 초점을 맞춰 정치가 ‘인간소외’를 방치하면 안된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디지털 격차 대책호소▼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는 최빈국의 부채경감문제와 정보격차(디지털 디바이드)에 대한 대책을 호소할 예정이다. 줄리아니 아마토 이탈리아 총리는 선진7개국 중 유일하게 북한과 수교를 맺은 경험을 살려 독자적 외교방침을 설명할 예정.

정상회담 참석 7회 째인 장 크레티앵 캐나다총리는 IT혁명에 따른 개발도상국의 교육지원 및 전문가양성을 호소할 방침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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