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대만 '불안한 동거'…민진-국민당 신경전

  • 입력 2000년 7월 16일 18시 55분


‘여소야대’로 대만의 국정운영이 비틀 걸음을 하고 있다.

야당인 국민당은 최근 정부가 낸 노동자휴일법안 인준을 거부했다. 대신 야당의 수정안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고 있다. 또 내각인 행정원의 ‘연립정부’ 구성을 종용하며 탕페이(唐飛)행정원장 ‘불신임 카드’까지 끄집어 낼 기세다.

국민당은 98년 총선에서 123석을 차지해 다수당이 된 반면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은 겨우 52석으로 30%에도 못미친다. 이 때문에 현 행정원도 사실상 ‘연정’의 형태. 천수이볜(陳水扁)총통은 총리격인 행정원장과 외무장관에 국민당 정권의 주요인사들을 임명하고 민진당 인사들은 한직을 차지했다.

이처럼 민진당 약세로 내각을 구성한 것은 신생야당의 ‘인재부족’ 때문이기도 하다. 86년 출범한 민진당은 3월 정권교체에 성공하는 등 약진을 거듭했다. 하지만 거의 반세기의 집권 경험을 지닌 국민당과는 인적 자원 등에서 아직 비교가 안될 정도.

민진당의 약점도 많다. 최근 민진당 중앙상임위와 중앙집행위 위원 선정에 뇌물이 제공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양안(중국―대만)정책에 대해서도 일관성을 잃고 갈팡질팡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당의 민진당 발목잡기에는 더 본질적인 이유가 있다. 천총통과 민진당의 행보를 그대로 내버려두다가는 차기 총통선거에서의 정권 탈환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의석수’를 무기로 민진당을 누르면서 만회할 계기를 잡으려는 게 국민당의 속셈이라는 분석.

국민당의 이런 시도에 천총통은 15일 민진당 전당대회에서 “총통이 임명한 내각인사에 불만이 있다면 불신임안을 결의하라”고 맞불을 놓았다. 또 당내에 민주인사를 대거 영입, 집권당의 면모를 일신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천총통의 이런 승부수가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