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美軍 한강에 독극물 방류"…증거물 제시

  • 입력 2000년 7월 13일 19시 18분


주한미군이 다량의 독극물을 하수구를 통해 한강에 무단 방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녹색연합(사무처장 임삼진·林三鎭)은 13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연합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 2월9일 미8군 영안실이 포름알데히드와 메탄올 성분이 든 시체방부처리용 용액 20박스(475㎖짜리 480병)를 아무런 정화처리 없이 하수구로 방출했다”고 주장했다.

녹색연합은 무단 방류 장면을 담은 사진과 버리고 남은 빈병, 방출 당시 담당자 진술서 일부 등을 증거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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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진술서에는 “영안소 부책임자(Mcfarland Albert)가 나와 일등병에게 시신방부처리용 용액을 싱크대로 버리라는 명령을 내려 ‘독극물이 한강으로 흘러간다’며 항의했지만 욕설과 함께 실행을 종용했다”고 적혀있다. 빈병 라벨에는 ‘독극물: 무독성으로 만들 수 없음’이라 씌어 있고 ‘하수구나 물길이 있는 곳으로 흘러가는 곳을 피하라’고 명기돼 있다.

미군은 한국내에서 각종 사고로 사망한 미군을 본국으로 송환하기에 앞서 시체의 부패를 막기 위해 포름알데히드를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연합은 “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일상적으로 있었다는 관련자 진술을 얻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포름알데히드를 버리는 과정에서 이 물질에 노출된 군무원이 3주간 병가를 내는 바람에 불거졌다고 녹색연합은 설명했다.

사건은 5월15일 미8군 34사령부에 보고됐으나 34사령부는 7월10일 ‘물에 희석하면 인체에 무해하며 한강에 버린 것은 결국 물에 희석되는 것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내 규칙은 이 약품을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에 있는 펌프 시스템에서만 처리하게 돼 있다.

임삼진 사무처장은 “6월경 이를 제보받았으나 34사령부의 결론이 나기까지 기다렸다”며 “미국과 미군의 한국민에 대한 기만성을 확인케 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녹색연합은 미군과 한국정부에 △독극물을 한강에 버린 책임자의 처벌 △토머스 슈와르츠 주한미군사령관의 사과와 재발방지약속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환경 관련 규정을 만들 것 등을 요구하고 앞으로 서울시민을 원고로, 환경부장관을 피고로 하는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환경부로부터 이 사건에 대한 공식확인요청을 받은 주한미군은 폐기물 처리 기록 등에 대한 자체 조사를 실시한 뒤 조만간 공식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포름알데히드▼

흔히 포르말린으로 불리는 독성이 매우 강한 화학물질로 주로 시체부패방지용 소독살균제 등으로 사용된다. 장시간 노출될 경우 정서불안 및 기억력 상실, 어패류 폐사 등을 유발한다. 사람의 경우 30ppm 정도부터 질병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환경부는 포름알데히드를 유독성, 환경유해성 물질로 지정 고시하고 폐기물관리법에 의해 엄격히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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