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부음기사 크기분석, 日코미디언 저서 화제

  • 입력 2000년 6월 29일 20시 02분


사건으로 숨진 사람 또는 나이 들어 별세한 유명인사에 관한 기사는 세간의 관심을 끄는 중요한 뉴스다. 따라서 관련 소식을 전하는 신문기사의 크기는 숨진 이의 ‘가치’를 재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사망 기사의 내용을 분석한 ‘죽음의 사이즈’란 제목의 책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죽음에는 별 관심을 갖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코미디언 콤비 ‘폭소문제’가 공동집필했다. ‘폭소문제’는 35세의 동갑내기 오타 히카리(太田光)와 다나카 유지(田中裕二)가 만든 팀으로 현재 일본 내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폭소문제’는 1950∼1999년 아사히 요미우리 마이니치 등 일본의 3대 일간지에 실린 사망기사의 크기(천황 등 황족은 제외)를 조사했다. 매년 ‘죽음의 사이즈’를 5위까지 매겼다.

그 결과 최근 10년간 자연사와 사고사를 막론하고 가장 크게 취급된 인물은 전후 첫 원전사고 희생자로 기록된 오우치 히사시(大內久). 자연사로는 영화감독이었던 구로사와 아키라(黑澤明)가 1위였다.

요즘이라면 요란하게 사망 소식이 보도됐을 인물이 당시에는 소홀하게 취급된 경우도 있었다. 미국 배우 제임스 딘과 마릴린 먼로의 부음기사는 당시 각각 1단과 3단에 불과했다.

세태의 변화를 실감하게 해주는 대목도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추리소설이 대인기다. 그러나 60년대에는 순수문학을 더욱 중요시했다. 이틀 간격으로 숨진 추리작가 에도가와 란포(江戶川亂步)와 순수문학가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郞)의 부음기사 크기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순수문학가인 다니자키 쪽이 컸다. 그러나 요즘 나온 인물사전에서는 추리작가인 에도가와 쪽을 더 크게 다루고 있다. 79년과 80년에는 팬더의 죽음이, 98년에는 명마의 죽음이 독자의 심금을 울렸다. 박정희(朴正熙·79년) 육영수(陸英修·74년) 김일성(金日成·94년)은 각각 그 해 일본 신문에 등장한 사망기사 가운데 가장 크게 취급된 인물로 조사됐다.일본 신문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가수 배우 작가 등 대중예술가의 죽음에 관한 소식을 매우 크게 보도하고 있는 점이다. 1면에 보도하는 경우가 많다. 1970∼19 99년 30년간 연도별로 5위안에 들었던 인사 150명 중 가장 많은 사람은 정치인이었다. 다음은 배우(16명), 작가(15명), 가수 화가(각 6명)였다. 이는 어느 직종이든 정상에 오르면 그를 존중하는 일본 특유의 ‘장인우대’ 풍토를 보여주는 사례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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