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광객 잡아라" 남북 뜨거운 유치전 경쟁

  • 입력 2000년 6월 29일 19시 27분


“둔황(敦煌), 관광객의 무게 못 이겨.”

최근 중국의 북경청년보는 둔황석굴이 관광객들의 발길에 빠르게 훼손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둔황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의 명승지가 관광객들의 발길로 붐비고 있다. 가히 ‘여행폭발’이라고 부를 정도다.

지난해 중국인이 국내외로 여행한 연인원은 7억2000만명. 소득증가와 정부의 여행붐 조성으로 여행문화가 도시 중산층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데 따른 현상이다. 지난해 해외로 나간 여행자수는 공무나 출장을 제외한 순수관광여행만 669만명. 전년대비 14%나 증가한 수치다.

이같은 여행붐에 남북한이 가세했다. 중국에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중국 여행객 유치공세에 함께 나선 것이다.

한국 문화관광부와 관광공사는 29일과 30일 베이징에서 ‘2001년 한국방문의 해’ 홍보행사를 개최했다. 유명 백화점에서 한국 관광상품을 소개하는 소비자 로드쇼와 전통무용 공연 등 문화행사도 곁들였다. 이번 행사에는 마침 ‘내일의 기도’ 중문판 출판기념회 행사를 위해 중국을 방문 중인 김대중 대통령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도 참석해 열기를 돋궜다. 문화관광부와 관광공사는 내달 2일 충칭(重慶)과 5일 상하이(上海)에서도 같은 행사를 개최한다. 한국은 중국이 10월부터 한국으로의 단체여행 허가 지역을 기존 9개 성시에서 중국 전지역으로 전면 확대함에 따라 내년부터 중국 관광객을 한국으로 본격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북한 역시 중국인들의 관광붐에 눈길을 돌렸다. 조선국제여행사는 내달 하순 베이징의 관광객을 대거 평양으로 유치한다는 목표 아래 톈마(天馬)여행사 등 중국 7개 여행사와 함께 북한 관광객 모집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국가여유(旅遊)국도 이 행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내달 24일 베이징에서 열차로 출발하는 이번 8박9일간의 여행상품은 3260위안(약 46만원)에 불과하다. 기차 이동시간을 빼고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에서 2일, 평양시내와 묘향산 판문점 등 북한에서 4일을 관광하는 여행치고는 전례 없이 파격적인 가격이다. 여행을 마친 뒤에는 특별 서비스로 베이징에서 전체 여행자를 위한 연회도 베풀 예정이다. 북한은 5월 노동절 연휴기간에도 중국 선단(神丹)국제여행사 등을 통해 관광객들을 모은 바 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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