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워싱턴]美 "한국戰 결코 잊을수 없다"

  • 입력 2000년 6월 26일 19시 34분


“한국전쟁이 ‘잊혀진 전쟁’이라고 말들 하지만 우리는 결코 잊지 않았다. 우리들 중 누군가에겐 한국은 언제나 살아있다.”

25일 오후 미국 워싱턴의 한국전 기념비 앞. 빌 클린턴 대통령이 한국전 50주년 기념식 에 참석, 치사를 통해 미국사회에서 한국전쟁이 갖는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자 1000여명의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 전쟁의 그늘에 가려 그동안 미국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한국전쟁이 오랜 망각의 먼지를 털어 내고 마침내 미국에서도 중요한 전쟁으로 새롭게 역사적인 평가를 받는 순간이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반세기 전 ‘코리아’라는 낯선 나라를 위해 싸우다 숨진 젊은 미군들을 추모하며 “한국전은 잔혹한 전쟁이었고 거기에 참전했던 병사들은 영웅이었다”고 헌사(獻辭)를 바쳤다.

▼정부-언론 재조명 열기▼

그는 또 한국전 정전협정 체결 기념일인 다음달 27일을 ‘한국전 재향군인 휴전일’로 선포, 연방과 주 정부의 각급 기관과 민간 단체들이 성조기를 반기로 게양하고 전몰 군인들을 추모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앨 고어 부통령은 국방부 등 행정부 관계자들 및 한국전 참전국 대표 등과 함께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 무명용사 묘역에 헌화했다.

미국의 주요 신문과 방송은 이날 워싱턴과 서울에서 벌어진 한국전 기념행사를 주요 기사로 비중있게 보도했다. 이날뿐만 아니라 미국 언론은 지난 며칠 사이 각종 특집기사와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전에 대해 전례 없이 큰 관심을 표명해 왔다.

이는 올해가 한국전 발발 50주년이어서 기념의 의미가 어느 때보다 큰 탓도 있지만 역시 최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간의 남북정상회담으로 인해 한반도 분단 상황을 새롭게 주목하게 된 것이 큰 요인이다.

▼한국 행사축소로 실망도▼

미국 언론은 특히 남북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한국전쟁이 여전히 종전(終戰)이 아닌 정전 상태에 있어 기술적으로는 남북이 계속 전쟁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빼놓지 않고 지적했다. 일부 언론은 한국정부가 정상회담으로 모처럼 조성된 남북 화해무드를 살려 나가기 위해 한국전 기념행사를 대폭 축소했으며, 이 때문에 기념행사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미국 등 참전국 대표들이 실망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더 이상 한국전쟁이 ‘잊혀진 전쟁’으로 불리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한많은 대립과 분단의 50년 세월이 흐른 지금 남북의 진정한 화해를 통해 전쟁의 아픈 기억과 상처를 잊고 싶은 한국인들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는 미국인들이 아직은 많은 것 같지 않다.

<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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