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獨 전략관계 의미]푸틴, 유럽과 손잡고 '大國재건'

  • 입력 2000년 6월 16일 18시 50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월 취임 이후 발빠르게 서방과의 관계개선을 계속하고 있다. 그가 15일 독일 베를린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만나 양국 간에 ‘전략적 관계’ 수립이 필요하다는데 합의한 것은 그가 ‘원대한 외교구상’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분명한 사례다.

푸틴 대통령은 친서방정책을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확장에 따라 러시아가 소외되는 상황을 극복하고, 미국이 구상중인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를 제지하며, 러시아의 경제난을 타개하려고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15일 슈뢰더 총리와의 회담후 “NATO가 영역을 동쪽으로 확대해 러시아 국경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은 국제사회의 안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러시아는 NATO와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NATO군이 옛 소련의 동맹국인 유고를 공습할 당시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과의 전쟁 가능성까지 내비치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서방 가운데 특히 유럽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만들어 미국의 NMD를 제지하려는 구상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는 슈뢰더 총리와의 회담후 “미국이 구축하려는 NMD는 새로운 군비경쟁이자 너무나 위험한 것”이라면서 “NMD의 일부가 유럽에도 배치될 수 있으며 이는 러시아의 불가피한 대응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내에서도 미국의 NMD에 대한 반발이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유럽과 손을 잡을 경우 그렇지 않아도 남북한의 화해기류에 따라 입장이 난처해진 미국이 궁지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NMD에 대응할 구체안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5일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 유럽연합(EU)회원국들과 함께 공동으로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자고 제의한 바 있다. 푸틴은 또 유럽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러시아의 경제발전을 꾀하려 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푸틴은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와 EU 정상회담에서 21세기 러시아의 발전을 위해서는 EU와의 경제 통합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푸틴은 이번 독일 방문중에도 러시아 원유와 천연가스 분야에 대한 독일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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