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외국언론 "평화 진전" "성과 미지수"

  • 입력 2000년 6월 14일 18시 51분


남북한 정상회담의 훈풍은 남북한 관계는 물론 북한과 미국 등 외부 세계와의 관계에도 해빙을 가져올 것인가. 전문가들도 가세한 ‘정상회담 읽기’에서 각국 언론은 남북이 총칼을 녹여 쟁기를 만드는 ‘평화의 기적’을 연출해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신중론으로 엇갈렸다.

미국 뉴욕타임스지는 13일 사설에서 “남북한이 이처럼 평화적인 관계로 나아간 일은 과거 어느 때도 없었다”고 평가한 뒤 “북한이 자초했던 외교적 고립상황에서 벗어나 국제사회로의 통합을 꾀하기 시작한 만큼 (북한이) 위험한 불량국가(rogue state)로 취급받지 않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도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고립은 미국의 테러국가지정에 큰 영향을 받은 것이어서 미국의 이 같은 시각 변화는 향후 북한의 국제사회 진입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별도의 기사에서 “클린턴 행정부가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 구축에 나선 이유는 예측하기 어려운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개발 계획 때문”이라며 “이런 우려는 여전히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미국의 조 록하트 백악관대변인은 “이번 회담이 아시아 지역의 긴장을 해소시킬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필립 리커 국무부대변인도 “이번의 역사적 만남이 (앞으로 지속될) 많은 만남의 첫 번째이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은 대체로 한국과 북한의 접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면서도 회담이 북한측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를 긴장에서 공존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안정에도 기여한다”고 평가했으나 산케이 등 일부 언론은 “(13일의 1차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정책이 논의되지 못했으며 농담 때문에 웃음이 터져 나오는 등 ‘잡담류’의 대화가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BBC방송과 파이낸셜타임스지는 ‘평화의 첫발인가’ ‘냉전 최후의 전선을 해빙시킬 듯’이라는 제목을 달아 낙관적으로 보도한 반면 데일리텔레그래프는 ‘냉엄한 현실 앞에 무력한 꿈’이라는 제목으로 회담결과를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워싱턴·도쿄·파리〓한기흥·심규선·김세원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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