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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6월 13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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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과 마찬가지로 출근이 늦어 기차역에서 발을 동동구르고 있었다. 기차는 보이지 않고 터널안에서도 기차소리가 나지 않았다. 플랫폼에서 앞으로 갔다 뒤로 왔다하면서 시계를 바라보지만 기차는 올 기미조차 없다. 몸을 비틀어보고 플랫폼 기둥에 기대보기도 하면서 기차를 기다리지만 역시 오지 않는다. 매일매일 이 초조함을 느끼면서 나는 저 세상에 다가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대답은 듣지 않았죠?"▼
내가 예술인 아파트에서 산 지도 30년이 돼 간다. 내가 사는 예술인 아파트에서 이웃 주민 2명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 있었던 일이다. 한 명은 TV에서 봤으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배우였고 또 한 사람은 내가 아주 잘 아는 여자였다. 내가 “안녕, 쉐일라”라고 인사를 하자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로 인사를 대신했다. 갑자기 배우가 “당신 이름이 쉐일라예요”라며 놀란 듯이 물었다. 여자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배우는 “몇 년 전부터 난 당신을 릴리안이라고 불러 왔는데 왜 고쳐주질 않았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여자가 대답했다. “그동안 왜 내 대답을 듣지 않으셨던 거죠. 매번 ‘내 이름은 쉐일라예요’라고 말해 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