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카고 북페어 폐막]e북 바람, 종이책 날렸다

  • 입력 2000년 6월 5일 19시 25분


'e-book(전자책)' 'e-publishing(전자출판)' 'e-library(전자도서관)' 'e-copyright(전자 저작권)'….

미국 최대의 도서견본시장 '북 엑스포 아메리카'(BEA·일명 '시카고 북 페어')가 열린 시카고 멕코믹 센터 행사장 곳곳엔 'e'(electronic)가 넘쳤다. 2일부터 사흘간 세계 유수의 출판사와 에이전트, 수입상 2000여 곳이 참가한 BEA의 지향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예 책 대신에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를 띄운 컴퓨터를 전시한 출판사들, 행사장 뒤쪽에 널찍하게 진을 친 수십군데의 솔루션 업체들, 곳곳에서 열리는 자사 프로그램 프레젠테이션, 로비에 걸린 대형 현수막 등등. 북 엑스포가 아니라 마치 뉴미디어 엑스포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전시장 바깥에도 'e' 바람은 거세게 불고 있었다. 한 예로 개막일 하루 앞서 열린 BEA 세미나의 주제는 '출판산업의 디지털 미래 점검'이었다. 인터넷 서비스 업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전자출판 관계자들이 최신 기술을 설명하는 자리에 출판인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같은 날 다른 회의장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 주관으로 유력 출판사와 서적 배급업자들의 은밀한 회합이 열렸다. 딕 브라스 MS사 부사장, 브래나 마쉬 '반스앤노블닷컴' 부사장, 타임워너 북스의 전자출판사 'i퍼블리스' 부사장을 비롯한 60여명의 출판계 인사가 자리했다. MS사가 최근 야심적으로 선보인 e북 뷰어 프로그램 '마이크로소프트 리더 위드 클리어타입'(Microsoft Reader With Cleartype)의 장점과 향후 마케팅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로, 콘텐츠를 쥐고 있는 출판업자를 파트너를 끌어들이려는 '세몰이' 성격이 강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이 자리에 참석한 한국의 에릭양 에이전시 관계자는 "MS측은 '리더'는 눈의 피로가 없고 보안 문제를 해결한 최고의 고해상 소프트웨어로, 컴팩과 휴렛 패커드(HP)가 조만간 출시할 포켓PC에 '리더'를 탑재해 1000여 종류의 책을 무료로 볼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의욕을 과시했다"고 전했다. 또 "'리더'를 계기로 e북이 활성화되면 2004년에 미국 교실에서 종이 교과서가 사라지고, 2007년에는 '뉴욕타임스'의 마지막 종이판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한다.

한국 업체도 이같은 'e' 바람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음사 등 유력 출판사가 컨소시엄으로 e북 사업에 참여한 '에버북 닷컴'(대표 양원석)은 e북 뷰어 프로그램 솔루션 업체인 글래스북과 기술협력 및 전략적 제휴 조인식을 가졌다. 양대표는 "조만간 본격적인 e북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PDF 형태의 '글래스북 리더' 뿐만 아니라 'MS 리더' 등 다양한 뷰어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해 독자가 취향에 따라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시카고=윤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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