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유동성위기]외국언론의 시각

  • 입력 2000년 5월 29일 19시 27분


외국 언론들은 현대건설과 현대상선 등 현대그룹 계열사의 자금부족 위기를 주요 경제뉴스로 다루면서 이번 사태가 그룹 전체 문제는 아니지만 현대가 자구노력을 이행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에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9일 현대그룹 채권금융기관 및 투자자들은 창업주인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을 현대그룹 구조조정의 걸림돌로 보고 있으며 그의 그룹에 대한 강력한 장악력이 줄어들기를 바라고 있다고 서울발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 정부는 현대그룹으로 인해 빚어진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려고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의 구조조정이 실패하고 채권금융기관들이 대출금 회수에 나서면 2년 전의 금융위기 때문에 아직도 취약한 한국 금융시스템에 다시 한번 유동성 위기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파이낸셜타임스는 “그러나 지난주 현대건설과 현대상선의 유동성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긴급 대출 대가로 양사 보유주를 매각한 정명예회장은 이런 개혁 바람이 싫은 듯 채권단의 경영권 포기 요구를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또 “정씨 일가가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순순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며 이런 자세는 취약한 한국 금융시장의 안정을 더욱 흔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29일 “이번 사태로 현대그룹의 금융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대부분의 경제분석가들은 문제가 아무리 심각해도 그룹 전체를 위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현대 계열사 가운데 한 곳만 부도가 나도 전체 계열사가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기 때문에 그룹 전체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도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럴 경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 금융구조조정을 힘들게 추진해 온 한국 경제에 다시 치명적인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채권 금융기관이 현대그룹 2개 계열사에 단기적인 유동성을 지원함으로써 한국의 최대 재벌인 현대그룹의 유동성 부족에 대한 우려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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