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가미사일방어체제 추진…'아시아 新냉전' 우려

  • 입력 2000년 5월 28일 19시 50분


미국 정부가 올 연말까지 추진여부를 확정할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가 당초의 목적과는 반대로 오히려 중국 등 아시아 국가 사이에 새로운 군비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군사전문가들은 2007년까지 육상에 배치완료될 예정인 NMD가 심각한 기술적 결함을 내포하고 있어 해상방어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등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뉴욕타임스지는 27일 미 정보기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NMD 추진은 중국은 물론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전력 증가라는 도미노 현상을 불러 일으켜 아시아 지역에 신냉전의 환경을 조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와 정보기관들은 내달 중 이같은 내용을 토대로 NMD 추진여부에 대한 최종보고서를 작성해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제출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정보기관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시나리오는 미 정부가 NMD를 강행할 경우 중국이 수십기의 핵미사일을 개발하고 중국의 핵 경쟁국인 인도와 파키스탄이 차례로 가세하는 상황. 보고서 작성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리는 “중국의 군비증강은 인도와 파키스탄에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대규모 핵전력 증강에 나선다면 최악의 경우 미 정부가 중국과 새로운 군축협상을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정보기관의 한 고위 관리는 “중국은 현재 CSS4 핵미사일 18기를 탄두와 분리해 육상에 배치한 상태”라면서 “중국은 2015년까지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핵미사일 수십기를 추가 배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1개의 핵탄두를 장착한 CSS4 미사일을 4개 장착형으로 개량할 경우 100개가 훨씬 넘는 핵탄두가 미국을 겨냥하게 된다”며 “이는 미국이 2007년까지 배치하려는 요격미사일수 100개를 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중국이 200개가 넘는 핵탄두를 배치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중국은 이외에도 12기의 핵미사일을 장착한 잠수함을 운용중이다.

이런 가운데 민간 군사전문가들이 NMD의 육상 미사일방어체제가 심각한 기술적 결함을 갖고 있다며 해상방어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탄도미사일 전문가인 매사추세츠대(MIT) 시어도어 포스톨 교수는 27일 워싱턴포스트지와의 회견에서 “육상방어시스템에 심각한 기술적 결함이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며 계획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스톨 교수는 요격미사일을 육상에서 발사할 경우 미사일에 탑재된 적외선 센서가 실제 공격대상 미사일과 요격방해용 물체를 구별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방부 자체 실험에서도 이같은 결과가 나왔지만 국방부가 실험 결과를 조작했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1972년 구소련과 합의한 탄도탄요격미사일협정(ABM)을 위반하면서까지 육상기지를 건설할 것이 아니라 해상방어 시스템을 갖춰 위기시에 방어체제로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함을 적국 근해에 배치해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면 탄도미사일이 방해물체를 쏘기 전에 요격시킬 수 있기 때문에 포스톨 교수가 지적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포스톨교수의 주장에 대해 불충분한 정보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이를 반박할 수 있는 증거도 있지만 극비사항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대응했다.

국방부 탄도미사일 방위기구가 작성한 보고서는 “해상방어시스템이 기술적으로는 바람직하지만 시간과 예산이 많이 소요된다”며 육상방어체제가 최선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이종훈·신치영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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