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마 계시' 마지막은 '교황암살기도'…교황청 83년만에 공개

  • 입력 2000년 5월 14일 19시 29분


1917년 5월13일 성모 마리아가 포르투갈 파티마의 양치기 어린이 3명에게 발현해 전했다는 이른바 ‘파티마의 계시’ 가운데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마지막 계시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대한 암살 기도’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바티칸 국무장관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은 13일 “파티마의 세 번째 계시는 총격을 받고 땅바닥에 쓰러진 흰옷 차림의 사제에 관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교황청은 성모 마리아로부터 계시를 받았던 양치기 어린이 2명에 대한 시복(諡福)식을 거행하기 위해 파티마를 방문한 교황의 요청에 따라 이를 공개했다.

로마 가톨릭교회는 성모 마리아가 파티마의 양치기 어린이 프란치스쿠 마르투(당시 9세)와 여동생 하친타(7세), 사촌누이 루치아 도스 산투스(10세)에게 나타나 2차대전의 발발 및 소련의 대두와 몰락을 예언한 것으로 믿고 있다.

계시를 받은 양치기 어린이 중 유일한 생존자인 루치아 수녀(93)는 세번째 계시도 로마교황청에 알려줬으나 역대 교황들은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요한 바오로 2세는 81년 파티마의 성모 마리아 발현 기념일인 5월13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총격을 받았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났고 이듬해 5월13일 감사 기도차 파티마를 방문했을 때 다시 일어난 스페인 광신도의 암살기도도 모면한 뒤 파티마에 깊은 애착을 보여왔다.

교황은 이날 파티마에서 전세계 60만명의 가톨릭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모의 계시가 있은 지 2년 만에 폐렴으로 사망한 프란치스쿠와 하친타에 대한 시복식을 집전했다.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 북쪽 140㎞에 있는 인구 8000여명의 한적한 시골 마을 파티마는 ‘양치기 어린이들에게 나타난 기적’이 알려진 뒤 매년 600여만명이 찾아가는 명소가 됐다.

<파리〓김세원특파원> 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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