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하원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비준

  • 입력 2000년 4월 22일 10시 43분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는 21일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을 비준했다. 이는 러시아 하원이 제2차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Ⅱ)을 비준한 지 꼭 1주일만의 일이다.

하원은 이날 CTBT 표결에 들어가 찬성 298표, 반대 84표로 조약을 비준했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하원의 CTBT 비준은 러시아의 안보는 물론 국제 정세 안정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상원은 이 조약을 비준하지 않았으나 러시아 하원이 이를 비준하고 러시아 연방회의(상원)도 곧 비준할 것으로 예상됨으로써 러시아는 일단 핵감축협상에서 미국에 대해 주도권을 갖게 됐다.

러시아 하원은 이날 CTBT 비준과 별도로 채택한 ‘CTBT 비준과 관련된 결의안’을 통해 “우리의 CTBT 비준은 핵감축과 국제안보 강화를 위한 러시아의 노력을 확인해주는 것”이라면서 이 조약을 비준하지 않은 국가들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했다.

그러나 러시아 하원은 “미 상원이 이 조약 비준을 거부한 배경에는 미국의 핵전력을 현대화하고 국가 미사일 방어체제(NMD) 구축에 핵전력을 사용할 의도가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NMD를 승인하거나 러시아제 첨단 기술 군수품 수입국에 대한 제재를 지속할 경우에 대비해 러시아는 기존 핵탄두들을 적절하게 보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TBT협정은 세계의 핵위험을 줄이기 위해 핵실험 영구중단과 300개의 감지기를 통한 핵실험 감시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 145개국이 서명했지만 각각의 의회에서 비준절차를 마친 국가는 47개국 뿐이다. 특히 미국 중국 인도 파키스탄 등 핵강대국들은 비준하지 않고 있다.

반면 러시아 대통령 직속기구인 안보위원회는 21일 “러시아는 핵무기 선제 사용권을 가진다”는 새 군사독트린을 최종 승인했다. 새 독트린은 “러시아 연방은 재래식 전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명문화하는 등 1993년의 군사독트린을 수정한 것이다.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유고공습과 체첸사태 등으로 새 독트린을 마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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