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신임총리 아마토 재무장관 내정…연정 일부-野 강력반발

  • 입력 2000년 4월 21일 20시 09분


이탈리아의 집권 중도좌파 연립정부는 지난 주말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사임한 마시모 달레마 전 총리의 후임자로 줄리아노 아마토 재무장관(61)을 지명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이탈리아 연정 수뇌부는 이날 아마토를 차기 총리로 내정하는 과정에서 아마토가 한때 몸 담았던 녹색당 등의 반대로 막판 진통이 있었으나 의회 내 거대 정당인 사회당 등이 지지해새 총리에 내정됐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회의 참석 중 총리 지명 소식을 전해들은 아마토는 “이탈리아의 경제 발전과 연정 내부의 조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달레마 전 총리의 집권 연정이 지방선거에서 패한 이유는 경제적 정치적 불안이 고조돼 왔기 때문. 이탈리아는 실업률이 11%, 최근 1년 사이 물가상승률이 2.5%에 이르고 있다. 더구나 집권 연정에 참여한 정당이 9개나 되고 정당들 사이에 알력이 적지 않아 중도좌파 정치인들이 활기가 뚝 떨어진 상태다.

아마토가 총리로 지명된 데는 이미 그가 1991년에 총리를 지내면서 90년대 중반의 경제적 안정을 이끄는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은 것도 큰 몫을 했다. 그러나 녹색당과 기민당 등 연정 내부에도 그를 반대하는 세력이 있고 절호의 집권 기회를 맞았다고 여기는 야당들과도 어떻게 조화를 이뤄갈지 고비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정당 연합체인 자유연합을 이끌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아마토는 정국을 자기 멋대로 끌어가려 할 바보같은 인물”이라며 “총선을 6월18일로 앞당기자”고 제의해 놓은 상황. 공산당도 그의 총리 지명을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아마토의 가장 큰 과제는 이같은 연정 안팎의 도전을 물리치고 내년 봄 있을 총선에서 중도좌파 정당들을 승리로 이끄는 것. 현재의 집권 연정은 하원에서 전체 의석수의 절반보다불과 6석 많은 322석을 확보하고 있다.

▼아마토는 누구인가▼

이탈리아 중도 좌파 연정의 새 총리로 지명된 줄리아노 아마토 재무장관(61)은 1992년 4월 사회당 정권이 잇따른 부패 스캔들로 무너질 때까지 10개월간 연정 총리로 재임하면서 심각한 경제위기를 뚝심 있게 넘긴 인물. 대담하면서도 유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당시 아마토는 사회당 정권의 각료들이 부패 스캔들 때문에 차례차례 자리에서 물러나는악조건 속에서도 500억달러의 정부지출을 삭감하는 한편 추가 과세 조치라는 파격적인 정책을 의회에서 관철시켜 이탈리아 경제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런 배경 때문에 그는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재,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 경제 관련 국제기구 대표감으로 잇따라 입에 올랐다. 그는 8년 전 총리 재직 시절 존 메이저 당시 영국 총리, 펠리페 곤살레스 당시 스페인 총리 등과 각별한 교분을 쌓는 등 국제적인 인맥도 넓다.

그의 정책 취향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제3의 길’과 맥락이 비슷하다. 좌도 우도 아닌 중도노선을 취하게 된 그는 현재 무소속이지만 한때 사회주의자였다. 부패 스캔들로 물러난 베티노 크락시 전 사회당 당수와 매우 가까운 사이였지만 깨끗한 몸가짐으로 도덕성에 전혀 흠집이 나지 않았다.

이탈리아 북부 공업도시 토리노 출신으로 법학을 전공해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도 유학했으며 로마 피렌체 등의 대학에서 강의하다가 83년 정계에 진출했다.

<권기태기자·파리=김세원특파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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