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월 무역적자 사상최대 "과열경기 제동"

  • 입력 2000년 4월 20일 21시 45분


사상 최장기 호황 속에 경제에 관한 한 태평성대를 누리던 미국 경제에 최근 잇따라 ‘노란 불’이 켜졌다.

미국 상무부는 19일 무역수지동향을 발표하고 “2월중 미국의 무역적자가 292억 4000만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종전 사상 최대 적자였던 1월의 274억달러 보다 18억달러 가까이 늘어난 것.

상무부는 18일에는 지난달 아파트 콘도미니엄 등 다가구주택 신축 물량이 전달보다 11.2%나 하락해 1994년 1월(17% 하락) 이후 6년 만에 하락률이 가장 컸다고 발표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뉴욕 증시는 지난주 사상 최대 폭락을 기록한 뒤 이번 주 들어 이틀간 반등했다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러한 경고 신호들 가운데 무역수지는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일본 중국과의 무역적자 폭이 커졌기 때문. 유가는 내림세로 돌아섰기 때문에 무역적자폭은 개선될 여지가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주가는 컴퓨터와 인터넷 관련 신경제 종목이 실제 가치보다 고평가됐던 만큼 조정국면에 들어간 것이 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다가구주택의 신축물량이 줄어든 것은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 CNN방송은 18일 “과열됐던 미국 경제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이라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잇따른 금리인상이 마침내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건물신축은 자동차구입과 함께 금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문이기 때문.

FRB는 예상보다 가파른 경제성장이 인플레를 유발할 것을 우려해 지난해 6월부터 다섯 차례나 연방 단기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해왔다.

미 정부는 “무역수지 적자는 아직 염려할 수준이 아니고 성장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경제성장 속도가 다소 둔화돼도 경기침체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그러나 무역수지가 악화되면 달러화 가치 하락과 인플레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미국 경제가 어떤 궤적을 그릴지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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