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오부치 총리 격무로 쓰러져…성실한 知韓派 정객

  • 입력 2000년 4월 3일 23시 32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본 총리가 뇌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진 가장 큰 원인은 한꺼번에 몰아닥친 격무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둔우(鈍牛)’라고 불릴 정도로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해왔으며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전혀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최근 자유당의 연립정권 탈퇴문제로 연일 고민을 해야 했고 홋카이도(北海道) 우스산의 분화, 잇따른 경찰내부 불상사, G8 정상회담 준비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최근에는 감기기운이 자주 나타나는가 하면 야당 당수와의 회동에서 현재의 자신에 대해 ‘운이 나쁘다’는 말을 하는 등 건강이 나빠지는 조짐을 보였다.

오부치총리는 1987년 가을에도 쓰러진 적이 있다. 당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의 뒤를 이어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를 자민당총재로 앉히기 위해 분주하게 뛰어다니다가 쓰러진 것. 그 후 약을 항상 지니고 다녔으며 총리취임 직후에도 두차례나 병원에 입원해 검사를 받았다.

오부치총리는 와세다대학 대학원 재학중인 26세 때 중의원선거에 출마, 당선한 후 1987년 관방장관, 1997년 외무대신을 지냈다.

1998년 7월 총리로 선출됐을 때 ‘식은 피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3일밖에 못갈 것이라는 악평을 받았으나 성실한 자세로 총리직을 수행하며 인기를 끌어올렸다. 취임 당시 지지율은 25%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50%를 넘기도 했다.

오부치총리는 각계 각층 인사들에게 수시로 깜짝전화를 걸어 축하인사를 하거나 민심을 파악해 ‘부치폰’이라는 별명도 얻었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힘을 합쳐 한일관계 개선에 주력하는 등 지한파, 친한파 인사로 꼽힌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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