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유가 변동 상하한제 도입"

  • 입력 2000년 3월 31일 20시 52분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국제유가를 효율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해 1일부터 ‘유가 밴드제’를 시행키로 했다고 미국의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이 30일 보도했다.

OPEC 회원국 석유장관들은 오스트리아 빈 각료회의에서 비공개 회의를 갖고 유가변동에 일정한 변동폭(밴드)을 설정해 특정한 종류의 유가가 해당 상한선이나 하한선에 이르면 자동으로 증산 또는 감산에 나서는 이 제도를 실시키로 합의했다는 것.

OPEC 각료회의 의장인 알리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유가밴드제를 실시키로 함에 따라 어떤 유가가 변동폭 상하한선에 이르면 회담을 소집하지 않고도 회원국에 전화로 증산 또는 감산을 직접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말했다.

알리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이 이번 각료회의 마지막날인 28일 무려 6시간에 걸쳐 유가 밴드제 도입 필요성을 역설, 석유증산 합의에 서명하지 않았던 이란까지도 이 제안은 지지했다.

적용할 유가 변동폭과 관련해 나이미 장관은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20∼25달러 △미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22∼27달러를 제시했다. 다우존스 와이어뉴스는 “OPEC 장관들이 WTI 등 7종류의 원유가 평균 변동폭을 배럴당 22∼28달러로 정했으며 하루 50만배럴 규모로 원유생산량을 조절키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1960년 출범한 석유 카르텔인 OPEC는 산유량을 조절함으로써 국제유가에 영향을 끼쳐 왔지만 유가 밴드제를 통해 가격을 통제하기는 처음이다.

OPEC 석유장관들은 1년에 두 번씩 하는 정기 각료회의로는 급격한 유가변동을 막고 상대적으로 고유가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각국의 산유량 제한(쿼터) 준수율도 제각각이어서 신속하게 가격 변동에 대응하려고 이런 ‘신사협정’을 맺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적했다.

유가밴드제에 대해 빌 리처드슨 미 에너지장관은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이상으로 치솟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반응이었으나 구체적으로 평가하지는 않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OPEC 회원국들은 생산 쿼터를 잘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새 제도가 잘 정착되고 유가변동이 명확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OPEC의 증산 합의 이후 하락세인 유가는 30일 런던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5월 인도분이 배럴당 24.75달러를 기록했다.

한편 OPEC회원국이 아닌 노르웨이는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4월부터 하루 10만 배럴씩 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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