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145만배럴 증산"…유가 24달러대로 하락

  • 입력 2000년 3월 29일 19시 46분


석유수출국기구(OPEC) 11개 회원국 가운데 이라크를 뺀 사우디아라비아 등 10개국이 내달 1일부터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을 6.3% 늘리기로 결정함에 따라 국제 유가가 조만간 안정될 전망이다.

특히 OPEC의 증산 합의안 서명을 거부했던 이란이 뒤늦게 원유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이란의 하루 증산 예상분인 26만4000배럴을 포함할 경우 다음달부터 OPEC회원국 내에서만 하루 170만배럴 이상의 증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OPEC 석유장관들은 29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틀간의 각료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란과 이라크를 뺀 OPEC 9개 회원국은 4월1일부터 하루 총 2106만9000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걸프전 이후 OPEC 산유량 산정국에서 빠져 있는 이라크는 이번 협정에 서명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선데다 미국이 추가적인 증산 압력에 나설 것이 확실해 국제 유가는 곧 배럴당 24달러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OPEC는 6월 21일 빈에서 특별 각료회의를 열고 합의한 증산 내용과 준수 여부를 재검토할 계획이다.

산유국들을 움직여 증산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는 미국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독일의 DPA통신은 이번 증산 합의가 ‘미국의 승리’라고 타전했다.

빌 리처드슨 미 에너지장관은 OPEC의 발표 직후 “멕시코 노르웨이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이 동시에 증산에 나서면 하루 평균 280만배럴이 추가 생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도 “OPEC의 합의는 세계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OPEC의 증산 합의는 고유가가 세계 경제는 물론 OPEC 회원국에도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OPEC가 지난해 4월부터 하루 평균 171만6000배럴을 감산한 이후 배럴당 10달러를 밑돌던 유가는 최고 34달러까지 치솟았다. 이 때문에 미국 등 주요 원유 수입국들과 경제 위기에서 가까스로 회복하던 아시아와 중남미 국가들이 고유가로 다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됐다.

그러자 OPEC내에서 석유 수요가 급감하면 결과적으로 산유국들도 피해를 볼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OPEC 회원국 가운데 베네수엘라와 비OPEC 회원국인 멕시코가 독자적으로 증산을 시사한 것도 다른 OPEC 회원국을 움직였다.

특히 대통령선거전이 시작된 미국에서는 소비자 유가가 갤런당 50%나 오른 1.60달러에 이르면서 선거 쟁점으로 떠올라 민주당 행정부를 압박해 리처드슨 장관이 산유국을 순방하며 증산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OPEC의 6.3% 증산 합의와 이란의 동참 결정이 알려지면서 런던 시장의 국제 유가는 급락세로 돌아섰다. 북해산 브렌트유 5월 인도분 가격은 이날 배럴당 25.24달러에 개장된 뒤 1시간 만에 24.95달러까지 떨어졌다. 브렌트산 원유 가격이 배럴당 25달러 이하로 떨어진 것은 1월 중순 이후 처음이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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