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선거 D-2]천궈샹 대만시보 편집국장 인터뷰

  • 입력 2000년 3월 15일 19시 21분


《대만 총통 선거를 목전에 두고 야간 비상 근무중인 중국시보(中國時報)의 천궈샹(陳國祥) 총편집(편집국장)을 15일 만나 이번 선거의 전망을 들어보았다. 조석간으로 발행되는 중국시보는 발행 부수 150만부를 자랑하는 대만 최대의 일간지다.》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꽤 많던데….

“선거법상 지난주부터 공표가 금지돼 있지만 각종 비공식 조사에 따르면 천수이볜 쑹추위(宋楚瑜·무소속) 롄잔(連戰·국민당)후보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10일 노벨상(화학) 수상자인 리위안저(李遠哲)박사가 천을 지지한 것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천후보가 당선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우선 사상 처음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진다. 그러나 천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민진당이 단독으로 내각을 구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각료는 행정원장(총리격)이 총통의 재가를 받아 임명하고 행정원장은 입법원(국회격)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민당이 다수인 입법원에서 호락호락 협조해 줄 리 없다. 이 때문에 천후보가 당선되면 연정은 아니지만 정책적으로 국민당 출신을 등용할 수 밖에 없다. 또 누가 당선되더라도 모두 40% 미만의 지지를 받을 전망이어서 힘있는 총통이 나오긴 어렵다.”

―천후보 당선시 중국의 반응은 어떻게 예상하는가.

“물론 중국의 반응이 좋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당장 무력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천이 과연 민진당의 당헌을 고쳐 대만 독립 조항을 삭제할지 여부다. 이번 선거만 놓고 볼 때 천의 주장은 롄과 별 차이가 없다. 천은 변호사 출신이다보니 현실적인 면이 강하다. 대륙 정책도 불필요하게 중국을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소속의 쑹후보가 당선된 뒤 국민당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쑹은 내심 바랄지 모르지만 국민당에서 제적된데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많이 입혀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러나 쑹이 당선될 경우 국민당내 지지자들이 모여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당이 쪼개지면서 정계 개편이 이뤄질 것이다.”

―‘헤이진(黑金·검은 돈) 선거’라는 비판에 대해….

“대만 선거에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사실이다. 이 돈은 정치헌금이나 비자금으로 충당하는데 정치자금은 대만 정치의 가장 큰 문제다. 선거 운동 때 자금을 대준 사람에게 당선후 혜택을 주는 불건전한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정치 선진국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문제가 많지 않은가. 정치가 발전되면서 개선될 것으로 본다.”

<타이베이〓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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