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데스만등 墺연정 항의 선언 "연주거부 능사 아니다"

  • 입력 2000년 2월 16일 19시 31분


“연주거부만이 능사냐. 콘서트를 통해 극우에 반대하고 있음을 보여주자.”

오스트리아 새 연정(聯政)에 극우 자유당이 참여하면서 음악가들이 항의의 표시로 국적을 포기하거나 연주회를 거부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음악인들은 ‘참여속의 변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잘츠부르크 음악축제의 공동 연출자 중 한명인 한스 란데스만은 “연주거부는 최악의 선택”이라며 이탈 기미를 보이고 있는 출연자들을 설득하고 나섰다. 란데스만은 2차대전 간신히 살아남은 유태계 오스트리아인. 그는 “예술가들이 오스트리아를 회피한다면, 극우 반대의 목소리가 오히려 묻혀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 웹진 ‘라 세나 무지칼레’의 컬럼니스트 노먼 레브레히트도 “남을 고립시킴으로써 변화시키기는 어렵다”며 차라리 콘서트에서 극우 반대의 목소리를 표현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차기 베를린 필 상임지휘자인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영국 버밍엄시 교향악단도 빈 콘서트를 강행키로 했다. 이 악단은 콘서트에서 마크 앤소니 터니지의 현대곡 ‘트랙 위의 피’를 연주할 예정. 이 작품이 외르크 하이더 자유당수의 ‘이민 반대 정책’ 과 대립되는 인종적 관용의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오스트리아를 외면하겠다는 음악가들의 목소리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영국 스코틀랜드 국립오페라단의 경우 5월로 예정된 빈 음악축제 참가여부를 놓고 결론을 못 내린 채 고민 중. 잘츠부르크 음악축제 예술감독인 제라르 모티에도 신정부에 항의하는 뜻으로 최근 ‘사임행렬’에 동참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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