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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2월 5일 19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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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세계무역자유화를 위한 뉴라운드 출범이 미국과 세계 번영의 필수요소라고 주장해온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5일자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WTO 결렬이 미국 상원의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비준안 부결에 이어 클린턴에게 외교정책상의 패배를 안겨줬다고 지적했다.
클린턴은 WTO가 노동기준을 세계적으로 강제하기 위해 무역제재를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것이 인도 브라질 이집트 등의 거센 반발을 불러 회담결렬을 돕는 꼴이 되고 말았다. 미국은 농업부문에서 유럽연합(EU) 및 일본 등과의 의견차이도 좁히지 못했다.
WTO각료회의 의장이었던 샬린 바셰프스키 미 무역대표부(USTR)대표는 회의를 독단적으로 진행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뉴라운드 출범으로 관세를 대폭 인하해 공산품과 서비스 수출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했던 선진 공업국들도 패자다. 전자상거래에 대한 무관세 지속을 기대했던 미국의 대기업들도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WTO 각료회의를 유치한 시애틀은 시위 때문에 1000만달러의 쇼핑 특수를 놓쳤으며 살기 좋은 도시라는 이미지도 실추됐다.
그러나 부국과 강대국 위주의 세계무역질서에 반발해온 일부 개도국들은 향후 통상협상에서의 입지를 넓히게 됐다. 특히 노동자 인권과 환경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시위를 벌인 비정부기구(NGO)들은 향후 국제통상 협상에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급부상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