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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1월 4일 1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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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11시 대전 유성구 대덕롯데호텔 3층 에메랄드홀.
6·25전쟁 당시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쌍굴다리에서 피란민들에게 기관총을 쏜 에드워드 데일리(68·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 거주)가 ‘노근리양민학살진상대책위원회’ 정은용(鄭殷溶·76)위원장 등 피해자 6명과 49년 만에 만났다.
서울 갈현성결교회 박상증(朴相增·69)주임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화해의 만남’에서 데일리는 먼저 고개를 숙인 뒤 두 손을 내밀어 피해자들에게 악수를 청했다.
데일리는 또 오후 1시경 에메랄드홀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 직전 말없이 일어나 당시 노근리에서 5명의 가족을 잃은 전춘자(全春子·60)씨를 포옹한 뒤 차례로 피해자들을 안았다.
순간 에메랄드홀은 ‘눈물 바다’가 됐다.
전씨는 몸부림을 치며 목놓아 울었고 정위원장을 비롯한 다른 피해자들과 데일리도 울었다. 데일리는 그저 용서를 구하는 눈빛이었다.
그러나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주장이 다소 엇갈렸다.
데일리는 “당시 ‘피란민을 게릴라로 간주하라’는 명령을 받고 있던 중 피란민이 모인 쌍굴다리에서 총알 3,4발이 먼저 날아와 (대응)사격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위원장은 “당시 쌍굴다리에는 양민뿐이었다”며 “데일리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만남은 오후 5시경까지 6시간 동안 이어졌다.
미국 NBC방송의 노근리사건 특집취재에 응해 1일 내한한 데일리는 6·25 참전 당시 미 육군 제1기갑사단 7연대 2대대 중화기중대 기관총사수(상병)였다.
〈대전〓지명훈기자〉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