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대선]집권 골카르당 후보 못내고 갈팡질팡

  • 입력 1999년 10월 20일 19시 33분


인도네시아 대선이 치러진 20일 정국은 숨가쁘게 돌아갔다.

특히 28년간 집권해온 골카르당은 이날 대선후보를 두 명이나 사퇴시키는 등 갈피를 못잡고 비틀거렸다. 끝내 집권 여당의 후보가 없는 상태에서 희한한 대선이 치러졌다.

파란은 이날 밤 12시경 국민협의회(MPR)가 B J 하비비대통령의 ‘국정보고’를 거부, 대선후보자격에 불신임을 나타내면서 시작됐다. MPR가 현직 대통령의 ‘국정보고’를 거부한 사례는 없었다. 대선후보 발표예정시간(21일 오전 7시)을 몇시간 앞두고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하비비대통령은 잠시 후 대선후보를 사퇴했다.

골카르당 의원들은 대선후보를 ‘급조’하기 위해 삼삼오오 접촉하며 논의를 거듭했다.

골카르당은 후보발표예정 시간을 30분 넘긴 오전 7시반 아크바르 탄중 골카르당 의장 겸 국회의장을 대선후보로, 위란토 국방장관을 부통령후보로 내세웠다.

골카르당의 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불과 3시간여 만에 탄중에 대한 대선후보 지명을 철회했다. 탄중후보가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와의 밀약 때문에 골카르당 지명을 거부했기 때문이란 설이 흘러나왔다. 즉 국회의장 선거시 메가와티가 탄중을 민 대가로 대선에서는 메가와티를 밀어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골카르당은 후보를 내지 않았다. 대신 이슬람계 7개 정당이 연합공천한 압둘라만 구수두르 와히드 국민각성당 당수(59)를 밀기로 합의한 뒤 의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골카르당은 이날 비록 자당 후보를 당선시키지는 못했지만 여권성향의 후보를 밀어 정치생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국민의 여망과는 다른 후보가 당선되면서 골카르당의 앞날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71년 총선에서 처음 등장해 승승장구해온 골카르당은 올 6월초 총선에서 처음으로 패배했다. ‘직능 단체’란 뜻의 골카르당은 현재 의석 120석을 갖고 있으면서 앞으로도 계속 정국운영에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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